▲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심판 5차변론 직접 발언…"호수 위 달그림자 쫓는 느낌"
이진우, 윤 대통령 전화 지시 등 국회측 질의 대부분 거부
여인형 "조지호에 체포명단 알려줬다…기억은 일부 달라"
홍장원“尹,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말뜻 그대로 이해”
곽종근, 국회 국조특위서 ‘의원 빼내라’ 말 김용현 반박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군 투입을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한 것"이라며 "범죄 수사 개념이 아니라 선관위에 들어가서 국가정보원이 다 보지 못했던 선관위 전산 시스템이 어떤 게 있고, 어떻게 가동되는지 스크린(점검)을 하라, 그렇게 해서 계엄군이 들어간 것으로 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 있을 때부터 선거 사건, 선거 소송에 대해 쭉 보고받아보면 투표함을 개함했을 때 여러 가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엉터리 투표지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부정선거라는 말은 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만 이게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다만 "(출동한 군인들은) 서버를 압수하네 뭐네, 이런 식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내린 지시는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라는 것이었다"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어떤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도 압수한 게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방첩사가 투입되는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정보사령부 요원들이 투입됐고, 김 전 장관으로부터 "IT 요원들이 실력이 있어서 그렇게 보냈다고 보고받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위원들에게 이번 계엄이 '경고성 계엄'이라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장관에게 얘기할 때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이고 국회 해제 결의가 있으면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저 역시도 그런 내용은 해제하고 설명해야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전에는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방부 장관도 지휘관, 사령관들한테 이 계엄은 곧 해제될 계엄이고 전체 군 투입은 얼마 안 된다는 얘기를 안 하고, 헌법에 따라 각자 맡은 업무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각자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까 저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어떤 조치를 준비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관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을 끌어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기억에 따라 얘기하는 것을 대통령으로서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만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이 전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관해 "수천 명의 민간인이 경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국회의사당 본관에도 수백명이 있었을 것"이라며 "계엄이 해제되고 군 철수 지시가 이뤄졌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라고 말했다.

이날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전화 지시 등과 관련한 답변에 대해 대부분 거부했다.

이 전 사령관은 "저도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고 검찰 조서에 대한 증거 인부(인정 또는 부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엄중하고 중요한 상황임을 알지만 답변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본인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증거를 인정할지 그것을 채택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헌재 증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정형식 재판관이 "대통령과 통화한 건 맞느냐"고 묻자 이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재차 "답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이 계속해서 답변을 거부하자 국회 측은 가림막 설치를 희망하는지 물었으나 이 전 사령관은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군인으로서 직책과 명예심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라며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는 정치인 체포 명단을 알려줬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다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정치인 15명 정도를 체포할 건데 경찰에 위치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적 있느냐”는 국회 측 대리인 질문에 “2가지를 협조 요청한 적 있다고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첫 번째는 법령,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과 (정치인) 특정 명단에 대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요청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국회 측이 “특정 명단을 알려줬느냐”고 재차 묻자 “명단에 대한 구술은 있었지만 제가 기억하는 것과 조지호 청장이 기억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14명에 대한 명단을 받은 적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는 “형사 재판에 관한 사항이라 진술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윤 대통령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으며 이를 말뜻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홍 전 차장에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쯤 증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비상계엄 선포하는 거 봤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테니 일단 방첩사를 지원해’라는 취지로 말했나”라고 물었으며, 홍 전 차장은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이 ‘국회에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체포 대상자) 소재 파악이 안 된다. 명단을 불러드리겠다.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주머니 속 메모지에 급하게 받아 적었다고 했다.

이 메모에 대해 “그걸 또박또박 다 적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적다보니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한 부분은 적지 않았다”며 “(체포 명단은) 나중에 기억해보니 14명인가 16명이었다”고 했다. 체포 명단을 보고 홍 전 차장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초법적인 상황인가 생각한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출석한 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곽 전사령관은 "대통령이 저한테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해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는 그 인원(요원)들이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국회의원이나 국회 보좌진 외에 별도의 대상물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묻자 곽 전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윤석열 피고인이 헌재에서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철수하라'고 사령관들에게 지시했다는데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있나"라는 추 의원에 질의에 "저는 지시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곽 전사령관은 "제가 비상계엄 상황이 발생하기 전이나 중간에도 누구로부터 '질서를 유지하라', '시민을 보호하라', '경고용이다'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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