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고된 노역을 견뎌낸 뒤 조국이 위기에 처하자 전장으로 뛰어든 참전용사가 백수(白壽· 99세)를 맞았다.
칠곡군은 기산면에 거주하는 신봉균 어르신의 백수연이 지난 15일 왜관읍 리베라 웨딩홀에서 열렸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백수연에는 김재욱 칠곡군수, 정희용 국회의원, 가족, 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해 어르신의 헌신을 기리고 장수를 축하했다. 6·25 전쟁 당시 194만여 명이 참전했지만, 현재 생존자는 3만 2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날 잔치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한 영웅을 향한 깊은 감사와 존경의 자리였다.
신 어르신 삶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다. 강제징용에 이어 6·25 전쟁이 발발하자 조국을 위해 싸웠다.
신 어르신은 부사관으로 참전해 백마고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부상을 입었다. 이후 후방에서 치료 받았지만, 전우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전장으로 복귀해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에 투입, 끝까지 전선을 지켰다.
신 어르신은 전쟁 후에도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묵묵히 일궈낸 자신의 삶에 대해 “나는 지금까지 군인정신으로 살아왔다. 질병으로 단 한 번도 병원에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 어르신의 장남 신현철씨는 “아버지는 애국가가 나오면 지금도 부동자세를 취하신다”며 “아버지의 장수비결은 전우들 몫까지 살겠다는 강한 신념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조국을 지킨 신 어르신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명예와 복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희용 국회의원은 “신 어르신을 비롯한 6·25 참전용사들의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남은 생애를 편안하고 존경받으며 보내실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광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