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페리 정상 운항에 맞춰 미리 가본 울릉도·독도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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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방객들이 삼일절에 독도 동도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기념촬영을 찍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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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매기의 고향인 독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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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일절 날 독도 동도에 내린 사람들이 독도이사부길을 걷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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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저페리 선라이즈호가 독도 접안에 성공했다. 독도 접안은 1년 가운데 53일 정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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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 동도에 도착한 탐방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에 오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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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릉도 도동항 전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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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릉도의 일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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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릉도 병원을 열었던 젊은 시절의 이일선 목사와 부인 오길화 여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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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선(왼쪽) 목사와 슈바이처 박사가 가봉 의료사역 현장에서 함께 한 모습. | ||
"삼일절 날 독도에 올라 만세를 불렀다. 태극기 휘날리며 애국가 합창하니, 창공엔 갈매기 떼 파도는 넘실넘실, 하늘과 바다는 서로를 받쳐주고, 동도와 서도는 서로를 지켜주고, 독도는 사람들을 뜨겁게 껴안았다"
삼일절을 맞아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오르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다. 대저페리의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지난달 28일 오전 9시 50분 포항 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해 울릉도 도동항으로 향했다. 이튿날인 삼일절에 독도에 오르는 일정이 시작됐다.
지난 석 달 동안 울릉도와 독도행 뱃편은 겨울철 운항이 원활치 못했다. 하지만 주중까지 기승을 부리던 늦추위는 어느덧 물러갔다. 이번 주말은 봄날씨가 완연해졌고, 바람도 잠잠해 하늘도 '우리 편'이라는 것을 느꼈다.
엘도라도는 이날 만석의 절반 정도인 승객 400여명을 태우고 힘차게 동해로 전진했다. 올해 봄 첫 출항인 만큼 선원들은 밝은 얼굴로 승객을 맞았다.
2년여 전에 취항한 엘도라도는 최신형의 대형 여객선이다. 첨단 운항장치를 갖췄고, 선원들은 친절했고, 모든 시설은 우수했다.
엘도라도는 쾌속선답게 선미에 혜성의 꼬리처럼 새하얀 물보라를 길게 남겼다. 3시간을 달려가니 동해를 지키는 든든한 큰형님, 울릉도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섬 전역이 무릉도원인 울릉도
울릉도에서의 이날 오후는 고된 하루였다. 중식을 위해 차를 타고 꾸불꾸불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는 것은 잔잔한 바다 위로 배를 타고 올 때보다 더 울렁거렸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나리분지에 다다랐다. 눈이 쌓인 나리분지는 새하얀 설국 장관을 연출했다. 섬 바깥쪽이 온통 가파른 경사지인데 반해 나리분지의 평평함은 평온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점심 메뉴는 울릉도 특미인 산채 정식이었다. 울릉도에서 나는 나물을 정성껏 다듬어 버무린 반찬들은 신선이 먹는 음식과 다를 바 없었다. 한 입 한 입 건강을 먹는 것 같았다.
나리분지에는 아담한 카페도 있었다. 카페는 사방이 통유리로 돼 있어 차를 마시면서 나리분지의 절경을 감상하다 보면 신비주의에 빠질 것 같았다.
나리분지를 빠져나와 저동항으로 이동했다. 저동항에서 출발해 38km에 달하는 울릉도 일주도로를 달렸다. 울릉도 일주도로는 육지 도로와는 확연히 달랐다.
폭이 좁은 데다 공사 구간도 여러 곳 있었다. 섬 외곽 절벽을 깎아 건설한 도로다 보니 낙석 구간이 많았다. 군데군데 인공터널을 만든 것은 낙석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도로가 제법 구불구불해 불편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신선의 나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차량은 내수전일출전망대를 지나 죽도가 내다보이는 해안로를 달려갔다. 바다 쪽에는 관음도와 삼선암이 기괴하면서도 멋드러진 자태를 드러냈다. 육지 쪽에는 안용복기념관과 석포일출일몰전망대가 우뚝 서 있었다.
섬의 북단 모서리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트니 또다시 빼어난 절경들이 펼쳐지다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에 도착했다.
울릉도에서는 독도를 빼놓고 울릉도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울릉인들의 독도 사랑은 지극함 그 자체였다.
울릉도 서쪽 끝에 자리한 태하해안산책로에서는 굳이 모노레일을 타고 산 위로 오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산책길은 바다 위를 걷는지, 육지 위를 걷는지,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다시 남쪽으로 향해 울릉수토역사관, 버섯바위, 우산국박물관과 남서모노레일, 국수바위, 거북바위, 울릉자생식물원을 거쳐 사동항에 다다랐다.
이제 조금만 더 동쪽으로 가면 출발지인 도동항이다. 도동항 인근에는 독도박물관과 독도전망케이블카가 망향봉전망대까지 이어져 있다. 해안에는 천연기념물 제237호인 흑비둘기서식지로부터 와록사산책로가 나 있다.
◇울릉호텔과 '의성(醫聖)' 이야기
울릉호텔은 엄청나게 넓은 방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시설은 최신식이 아니었지만 이곳에 숨겨진 한 '의성(醫聖)'의 휴먼스토리는 나그네가 또다시 이곳을 찾게 만든다.
울릉호텔은 1988년 울릉군에서 최초로 세워진 호텔이다. 설립 당시 병원 건물을 호텔로 개조하면서 울릉도의 숙박난을 해결하고 관광지로서의 이미지 개선에 일조해 왔다.
주목할 점은 울릉호텔이 애초에는 병원이었다는 대목이다. 현재 울릉도에는 공립인 울릉의료원이 있지만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환자는 헬기를 이용해 육지로 이송해야 하는 열악한 형편이다.
'아파도 날씨가 좋을 때 아파야 한다'는 울릉도 사람들의 푸념이 괜한 엄살이 아닌 현실이다. 그런데 울릉도에는 1979년까지 서울대 의대 출신의 유능하고 신념이 투철한 의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가 웬만한 응급수술을 집도했다고 하니 현재 울릉도의 의료현실이 46년 전보다 더 후퇴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울릉도 현대 의료의 개척자로서 슈바이처 박사의 친구인 이일선 목사 겸 의사다.
이일선 목사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서울 신일교회를 창립한 목사였다. 그는 또한 서울대 의대를 나온 피부과 의사로서 슈바이처 박사와 아프리카에서 함께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1957년 나병환자 조사 목적으로 방문한 울릉도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접하고 18년 동안(1961~1979년) 울릉도병원을 운영했다. 울릉도를 통해 한국 농어촌 의료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한 농어촌 변혁운동가였으며 울릉도 의료의 개척자였다.
이 밖에도 그는 세균번식 억제를 위한 주택개량, 수인성 전염병 방지를 위한 수도시설 장려, 농어업 소득 증대를 위한 한약재 재배 장려, 어업 현대화 등 제시 및 실제 해결을 위해 부인 오길화 여사와 함께 온 힘을 기울였다고 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인물이다.
◇'독도사랑이 곧 나라사랑' 체험
울릉도에서 106주년 삼일절 날이 밝았다. 독도로 떠나는 배편은 오전 8시 20분 저동항에서 출발했다. 대저페리의 선라이즈호는 이날 400여 좌석이 만석이었다.
저동항을 빠져나온 선라이즈호는 파도가 넘실대는 망망대해로 질주했다. 우리는 울릉도와 독도가 가깝다고 느끼고 있지만 운항시간은 1시간 40분이 걸렸다.
제주도와 대마도가 1시간 남짓인 것과 비교해 보면, 과거 우리 선조들이 노를 저어 독도에 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 새삼 짐작이 간다.
천신만고 끝에 독도에 도달해서도 일기가 불순하면 독도에 상륙할 수 없다. 365일 중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날은 53일 정도라고 한다.
이날 선라이즈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모두가 천운을 타고났나 보다. 배는 순식간에 접안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모두 환호를 질렀다.
독도에는 바람과 파도가 잦아들었고 날씨는 화창했다. 손마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하나둘 독도에 내려 감개무량했다.
독도는 갈매기의 고향다웠다. 동도의 산꼭대기에 매달려 있던 갈매기들은 방문객들이 나타나자 도망가기는커녕 아래로 내려와 선회하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독도수비대원 몇 명도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독도이사부길’ 푯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독도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두 태극기나 독도사랑 깃발을 들었고, 일부는 태극기가 그려진 모자까지 썼다. 그런데도 아무도 정치적인 구호를 외치거나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입에 담는 사람은 없었다.
출신지가 다르다고, 이념이 다르다고 상대를 욕하거나 업신여기는 일은 독도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울릉도에서 본 ‘독도는 코리아다’라는 표어와 ‘독도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라는 참뜻을 깨닫게 됐다.
1시간 가량 독도와 데이트를 즐긴 사람들은 "독도야 오늘 밤에도 안녕"을 속삭이며 선라이즈호에 다시 몸을 실었다.
저동항에서는 엘도라도가 육지로 가는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착장 주변에는 다양한 식당들과 울릉도 특산품들을 파는 선물가게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절하며 순박해 보이는 울릉도 사람들이 환한 웃음으로 방문객들을 맞아주었다.
엘도라도 승무원들도 울릉도를 떠나는 승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총 3158t급 규모로 여객정원 970명과 화물 25t을 싣고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최대 시속 51노트(95km), 평균 45노트(83km) 속도로 포항⇔울릉 항로를 2시간50분에 주파하는 국내 최대 크기의 초쾌속 여객선이라고 한다.
대저페리가 선박의 정기 검사를 모두 마치고 3월 4일부터 정상 운항한다고 하니 사람들은 또다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할 계획을 짜며 모든 것이 참으로 안심되고 고마울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