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소환한 국민기업 ‘포항제철’

말 한 마디도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는 정치권의 말싸움이 금도를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이 이어오면서 여권 인사들의 입이 과도하게 거칠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경향은 곧 있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경제 이슈마저 정쟁의 소재로 무차별 끌어들이는 것은 국민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논쟁의 발단은 '한국형 엔비디아 지분공유론'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한 대담에서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갖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들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입만 열면 거짓말과 모순투성이란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이양수 사무총장도 "경제 원리와 역사적 교훈을 무시한 위험하고도 한심한 발상"이라고 몰아세웠다. 함인경 대변인은 "현실경제와 시장원리를 철저히 무시한 공상적 계획경제 모델과 다름없다"고 폭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클릭으로 포장하고 실제로는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까지 나서서 "엔비디아 같은 회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방법은 어디에도 없고, 그런 상상 속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고 뜯어먹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AI가 불러 올 미래에 대한 무지도 문제이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하니, 그런 수준의 지적능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냐"며 "극우본색에 거의 문맹 수준의 식견까지 참 걱정된다"면서 날을 세웠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존경해 마지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야말로 국가가 지분을 확보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기법을 써 왔다. 대표적 사례가 포항제철"이라며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주당이 얘기하면 트집만 잡는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국가가 국부펀드를 통해 전략산업에 투자를 했으면, 그만큼 지분 확보를 하는 게 정상이지 공짜로 지원만 해주란 말이냐, 그러면 특혜이자 배임"이라고 역공했다.

정치권에서 경제를 정치로 해석해 무던히 정쟁을 일삼는 병폐는 근절돼야 한다. 특히 여당은 야당에 대한 비판에 앞서 스스로 정책을 주도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자세가 요구된다.

여야가 허구한 날 서로 생트집만 잡고 있는 사이에 연이은 국내외 대형 악재로 풍전등화에 처해 있는 국민경제는 순식간에 거덜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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