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과 황의조가 슈틸리케호 원톱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둘만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경쟁 상대는 '없는 이정협'이다. © News1

이정협이 빠진 상황에서 슈틸리케호 원톱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석현준과 황의조가 두 번째 실험대에 오른다. 첫 번째 비교에서는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석현준이 골을 넣었으나 석현준이 더 오래 뛰었다. 30분 정도에 불과했던 황의조의 출전 시간도 감안해야한다. 아직 누가 우위를 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레바논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레바논 대표팀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을 갖는다. 지난 3일 홈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8-0 대승을 거뒀던 한국은 기세를 잇고 레바논 원정 악연을 끊는다는 각오다.

늘 중동원정은 까다로웠다. 그중 레바논 원정은 더 꼬였다. 최근 3번의 레바논 원정에서 한국은 2무1패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 열린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에서는 1-2로 패하며 큰 충격을 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라오스전 대승 후 "우리를 과거의 팀과 비교하지 말라. 우리 팀이 언제 실망을 안긴 적 있는가"라며 자신감 있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 뜻대로 진행되길 많은 팬들이 바라고 있다.

라오스전보다는 수비 쪽의 부담이 있는 경기다. 그래도 레바논이라는 팀을 상대로 한국이 수비적으로 임할 수는 없다. 원정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도 '꺾고' 돌아오는 결과가 필요한데, 공격수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특히 라오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공격의 핵 손흥민이 빠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몫이 더 크다.

각오라는 측면에서 특별할 이는 역시 석현준과 황의조다.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 이정협이 소집 직전 당한 부상 때문에 낙마했기 때문에 현재 스쿼드에서 최전방에 배치될 인물은 두 선수뿐이다. 구자철이나 김승대를 소위 '가짜 9번'으로 전진 배치하는 전술적 변화가 아니라면 석현준과 황의조가 원톱에 배치될 공산이 크다.

두 선수 모두 아쉬움이 남을 라오스전이다. 공히 합격점을 받았다는 느낌은 아니었던 경기다. 석현준은 후반 17분 황의조와 교체됐다. 다소 경직됐던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좋아졌고 후반 13분에는 골맛도 보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 사인은 골이 터지기 전에 내려졌다. 골을 넣었기 때문에 뺀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황의조는 아무래도 부족한 시간 속에서 의욕이 앞섰다. 특유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돌파를 시도했으나 의욕이 몸보다 앞섰다는 느낌이 적잖았다. 상대의 힘이 빠졌을 때 효과적인 카드인 것은 분명하나 다소 투박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과 황의조 모두 만족스럽다. 석현준은 세밀함이 앞서고 황의조는 힘을 앞세우는 스타일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만족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으나 결국 '스타일이 다른 유형의 공격수라 판단을 유보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결국 눈길을 확 사로잡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두 선수 모두 레바논전에서는 이 밋밋한 감정을 바꿔 놓아야한다. 표면적인 대결 구도는 석현준과 황의조지만 진짜 경쟁 상대는 지금 없는 이정협이다.

라오스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쾌유를 진심으로 바란다. 결국은 우리와 함께 할 선수"라면서 이정협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전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를 생각하는 평범한 위로라고 볼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현재 대표팀 원톱으로 가장 많은 뿌리를 내린 인물은 이정협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요컨대 석현준과 황의조 모두 최소한 이정협과 경쟁을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인상은 남겨 놓아야한다. 잔인한 표현이지만 레바논전 이후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 소중한 90분을 둘이 나눠 써야한다. 1분 1초가 중요할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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