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명예교수

필자가 사는 곳은 포항의 한 고층아파트 단지이지만, 여름과 겨울방학 동안은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단독주택에 머무르게 된다. 아이들이 독립해 나가 살기에 이들이 사는 얼바인 인근 타운하우스 스타일의 콘도(Condominium)에도 샌디에고 인근 바닷가 아파트에도 방문하고 며칠씩 지내게 된다. 이 주택들은 각자 특징적인 모습을 지니고 사람들의 선호도, 경제능력 등에 따라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다. 한국의 아파트와 미국의 아파트는 다르다. 미국에서 아파트는 각 개인의 소유가 아니고, 두달 정도의 보증금 ‘키머니’와 매달 임대료를 지불하는 소규모 건물의 저층 임대주택들이 많다. 물론 대도시에는 50~100가구 아파트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크다 해도 대개 2~3층에 10~20개 정도 아파트들이 많다. 각 주호의 크기도 스튜디오, 1배드룸, 2배드룸이 있는데, 거실, 부엌, 화장실이 있고 한국의 원룸/투룸과는 좀 다르다. 대부분 목조구조로 되어 있어 걸을 때 건물이 좀 울리기도 하고 옆집의 샤워소리가 좀 크게 들리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대도시에서의 임대료는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미국의 콘도는 각 주호가 개인소유이다. 따라서 한국의 아파트는 콘도라고 보면 된다. 콘도는 대개 단독주택보다 좀 저렴한 편이지만 물값/전기료 아닌 관리협회에 내는 비용이 매달 $4~500 이상일 정도로 높다. 물론 콘도는 아파트보다는 견고하게 지어지고, 부엌과 화장실도 좀 더 고급이다. 타운하우스도 콘도이며 전체 가구 수가 적고 2~3층으로 되어 있어 인기가 좋다. 지하나 1층에 주차장이 있고, 2~3층에 침실 2개/화장실 2개의 형태인 곳이 많다. 단독주택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은 형태를 지칭하는데, 다른 점은 토지의 크기이다. 서울/수도권 단독주택지역은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좀 낡은 지역이며, 수도권 외곽으로 좀 멀리 나가야 제대로 된 단독주택지역들이 나온다고 할 수 있는데, 포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 대도시의 최소 토지 요구조건이 150평 정도인데, 교외지역은 그 2~3배인 경우도 많다. 대개 침실 3개/화장실 2개라도 전체 방의 수는 7~8개가 될 수 있고, 두 대 주차할 차고가 있다.

한국인들이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장차 마당 넓은 단독주택을 원한다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막상 살아보면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한다. 한국의 고층아파트 단지들은 최신에 지어진 것들이 많아 주택의 질이 높은 탓도 있지만, 안전면에서 그리고 자지구레한 일들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아파트가 살기 편한 것이다. 물론 새로 지어지는 고층아파트가 위치한 신도시들의 초중등학군이 좋은 것들도 큰 이유가 된다. 단독주택에 살아보면 마당에 화초도 가꿀 수 있고 나름 독립적인 생활을 해볼 수 있다고 보지만 집안일이 끊이지 않는다. 새집이라도 그러한데, 좀 낡은 집인 경우 잡일과 수리비용에 치일 정도이다. 앞뒷 마당 화초며 나무 가꾸고, 나무 가지치기, 낙엽 치우기도 일이고, 집안의 보일러, 에어컨, 스프링클러 등 고치기, 혹시 지붕 비 새면 고쳐야 하는 등 일들이 많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아파트 보다 교외지역의 단독주택에 사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우리 한국의 경우는 좀 먼 외곽지역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부도심 내지 교외 신도시 형태의 고층아파트단지에 살기를 원한다. 멀리 이사 갔더라도 나이가 들면 병원도 다녀야 해서 다시 도시 인근 아파트로 모여드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단독주택에 살았다. 그러나 도시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도시인프라와 도심중심시설이 집중적으로 도심에 건설되며, 중고층의 아파트 형태의 주거들이 나타났다고 보아진다. 물론 토지가격이 크게 오르고 주택가격도 크게 올라 작은 토지에 고밀도의 아파트를 짓는 것이 건설업자들로서는 수지가 맞는 장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도로망이 발달되고 도심이 슬럼으로 변하면서 중고소득자들이 교외로 나가게 되었는데, 많은 이들이 넓은 대지에 단독주택을 원하게 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메트로폴리탄의 교외지역에서 옛날 카우보이들처럼 말을 키우고 승마를 즐기기 위해 큰 대지와 집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좀 가까운 교외의 교통중심지에는 중저층 집합주거인 아파트와 콘도들이 적지 않게 지어지고 있다. 한국은 국토도 좁지만 도시 인구밀도가 높아서 불가항력적으로 아파트가 대단위로 건설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형태/추진방안/정부의 주택의 질 향상 전략 등 때문에 ‘기존 것들을 다 허물고 다시 짓는 한국형 고층아파트 개발’로 알려지고 있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은 좀 다를 수 있다. 중고층 아파트 사업의 성공도 나라와 지역에 따라 좀 다를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인구밀도 높은 뉴욕 정도가 아니라면 고층아파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라도 고층아파트는 드물고 단독주택이나 중저층 아파트들이며, 각 가구 면적이 좁은 편이다. 한국은 저/중/고층 아파트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고층에 단지가 클수록 인기가 있다. 각 가구의 면적은 미국 주택들보다는 좀 좁은 편이라고 할수 있지만, 일본의 경우보다는 매우 넓으며 시설도 더 좋은 편이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선호도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 토지가격, 라이프사이클 변화, 소득수준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주택의 질을 단기간에 높이려고, 근래 지속가능한 개발 실천 등을 위해 국가에서 중고층 아파트 건설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아파트 주거형태가 대부분 국가에서 대도시만이 아니라 중소도시에서도 분명 토지이용/인프라 효율성 제고, 지속가능한 개발 실천 등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시민들의 삶도 편리해지는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전통 마을들이 다 사라지고 있고, 저소득층 주택시장 위축도 큰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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