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30개월 이상 소 수입 요구
최근 소비부진 이어 잇단 악재
도내 축산농가 생존권 직격탄
정부 차원 지원책 마련‘절실’
국내에서 1년 10개월 만에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마저 현실화할 우려가 있어 경북지역 축산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전남 무안군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13일 전남 영암군 한우농장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인근농장 3곳에서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무안에서도 확인됨에 따라 구제역 발생 농가는 총 5곳으로 늘어났다.
중수본은 이들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를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은 2023년 5월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13개 시도에서 435건 발생했지만 전남에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에 전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감염 시 식욕부진과 침 흘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간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인식되던 전남지역에 구제역이 잇따라 발병하면서 방역 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고 총력을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빗장이 풀릴 가능성이 있어 한우농가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축산업계는 30개월 이상 소고기도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08년부터 광우병 예방 차원에서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축산업계는 일본, 중국, 대만 등이 이미 이 제한을 해제했다며 한국도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자국 축산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를 압박해올 것으로 예상된다.이 경우 전국 최대 한우 사육지인 경북지역 축산농가는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한우 소비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구제역 확산에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마저 급증할 경우 생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지역 한 축산농가는 “소 한 마리 팔 때마다 100여만 원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가 물밀듯이 들어오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을 통해 “월령 제한이 폐지되면 광우병 우려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결국 한우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을 고려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직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통상 압력이 소고기에까지 확대할 경우 월령 제한 폐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한우농가들은 수익성 악화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한우농가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대호·이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