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이자 혈맹인 미국이 대한민국을 과학기술분야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한 것은 정부의 정치·외교적 대참사다.

미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초 이미 이런 결정을 했으나, 한국 정부는 발효일인 4월 15일을 코앞에 두고서야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미국이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서 민감국가로 지정하면, 해당 국가는 미국 에너지부(DOE)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 근무 및 연구 참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즉 한미 간 혈맹관계가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순식간에 2류·3류 동맹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 여파가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사회·문화 교류 분야까지 미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더욱이 미국을 최대 우호국으로 여겼던 우리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입을 상처와 배신감 또한 어마어마한 지경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한 자세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야권의 탄핵 남발로 인한 국가 혼란과 한덕수 국무총리 부재'라는 등 황당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이 언제까지 정부와 여당의 황당한 궤변을 듣고 있어야만 하는가 묻게 된다. 국정을 책임지고 나가야 할 정부와 여당의 책임회피는 국가와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는 정권말기적 태도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현 정부의 '핵무장론'과 '핵잠재력론'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부와 여권 정치인들이 꾸준히 핵무장론을 주창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을 우려한 것은 오래된 일이며, 윤석열 정부 들어와 핵무장론이 2년 반 동안 꾸준히 누적됐다가 온 것이 터져 나온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모두 꾸준히 핵무장론을 주창해 왔다.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핵무장론을 옹호해 왔던 것은 분명한 팩트다.

정부여당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모자라 엉뚱하게도 책임돌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핵무장론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핵무장론이 현 시점에 미국과의 관계정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후속 대책을 제 때 마련했느냐가 문제이며,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이익은 무한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혼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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