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 때문에 대낮에도 해가 안 보여

집 뒤편으로 불덩어리가 날아다녀… "이런 산불은 평생 처음”
“간밤에는 무서워서 잠도 못 잤어요. 내 평생 이렇게 큰 산불은 처음이요", “집 뒤편으로 불덩어리가 ‘휙휙’ 날아다니는 걸 보고 기겁했다”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에서 만난 주민 김 모(68) 씨의 말이다.
또 다른 주민은 "휘몰아치는 강풍에 산에서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들었다. 옆집이 불에 타 전소됐다. 불은 뒷산을 타고 넘어갔다"며 "동네가 전쟁터같이 초토화 돼 동네 어르신들의 상심이 크시다"고 밝혔다.
인근 마을인 안평면 괴산2리 이장은 “불길이 얼마나 거센지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순찰을 세 차례나 돌았다”며 “마을 주민들 가운데 어르신 들만 의성군에서 마련한 대피소로 피신했고 나머지 주민들은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말했다.
22일 낮 의성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돌풍을 타고 번져 오후부터는 의성읍 철파리 민가까지 들이닥쳤다. 이어 금성면 청로리, 안계면 용기리 등에서도 잇따라 불이 나 의성군 전체가 화마에 뒤덮였다.
의성군 안평면과 의성읍 일대는 산불진화용 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산불현장으로 끝없이 날아다며 전쟁터를 연상케 하고 있다.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에 접어든 23일 오전 10시께 의성군은 자욱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로 주변 산들은 이미 검게 변했고 곳곳에서 간간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산불에 주택 3채가 전소된 안평면 신월리에서는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산불에 전소된 주택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로 산림이 바짝 말라 있어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고 대부분이 험준한 능선이라 진화작업이 힘들다”고 말했다. 권호문·권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