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6일 새벽 청송 확산…주민 2000여명 대피 준비
변덕스런 바람 방향에 진화 고전…의성산불 장기화 국면
기상청, 27일 5㎜ 미만 비 예보…건조특보 해제될지 미지수

나흘째 확산 중인 의성 산불이 안동까지 번진 가운데 청송군 턱밑까지 산불이 확산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현재 산불이 진행 중인 안동시 길안면 일대에서 가장 가까운 청송지역인 파천면 경계까지 거리는 불과 8㎞ 정도로 추산된다.

만약 지금과 같은 바람 세기와 방향(동쪽)이 지속된다고 볼 때 이르면 이날 자정이나 26일 새벽 청송 관내로 번질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청송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파천면과 진보면, 안덕면, 현서면 지역 주민 1천960명가량을 대피시킬 준비를 세운 상태다.

하지만 산림 당국은 변덕스런 바람과 지형적 요인 등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안계리에서 발생한 산불의 불씨는 24일 오후 4시께 강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20여㎞ 이상 떨어진 안동시 길안면까지 덮쳤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 현장에서는 오전에 북동풍이 불다가 남서풍이 부는 등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산림 당국은 인력과 장비 배치, 주민 대피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25일 오전 5시 기준 의성산불 진화율은 오히려 전날 낮 12시 기준 71%보다 떨어진 5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람이 강하면 불길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바람이 약하면 연기가 한자리에 머무르면서 시야 확보 문제로 헬기가 뜨는 데 어려움이 있다.

25일에도 일출과 함께 헬기가 떴으나 연기가 짙어 진화에 금세 나서지 못했다 오전 10시께에야 다시 떠서 진화를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 산지인 의성과 안동지역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진화 요원들이 직접 불길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어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산은 바싹 마른 상태에서 타기 쉬운 나무와 낙엽이 가득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메마른 날씨에 때때로 강풍이 더해지면서 산불 진화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불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산림 당국이 의성 산불에 연일 60∼70대씩 헬기를 투입하는 등 진화 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불리한 기상 여건 때문에 산불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산불을 잠재울 비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이다.

실제 2022년 3월 213시간여동안 이어져 국내 최장기 대형 산불로 기록된 울진과 삼척 산불도 비가 내리면서 완전한 진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산불로 주택이 전소된 한 이재민은 “곳곳에서 불씨가 날아다니는 등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며 “하루 빨리 비가 내려야 불이 꺼지지 않겠느냐”고 애간장을 태웠다.

대구기상청은 오는 27일 새벽부터 저녁 사이에 대구·경북에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의성의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일 것으로 전망돼 산불을 끄는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27일 비 예보가 있지만 오전에 소강상태를 보이는 등 내렸다 안 내렸다 할 수 있고 건조주의보가 해제될 정도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이후 28일에는 비 예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