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두절에 불안감 증폭, 도로 통제에 불편 극심

▲ 26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농가가 화마를 입은 모습. 이부용 기자

   
▲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의성읍, 신평면 등 32개 마을 주민 1천100여명이 실내체육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 불탄 집 생각에 앞날이 막막…이어지는 대피문자에 한숨만
- 정부 뒷북 행정에 분통, 정치권은 정쟁 중단 대책 내놔야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의 산불 피해 주민들은 오늘도 비를 내려주지 않는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출발한 산불은 급속도로 경북 북동부지역으로 확산, 6일째 꺼지지 않고 있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이재민들은 집과 생활 터전을 잃은 채 불편한 대피 생활은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다행히 화마가 비껴간 지역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기관에서 보내는 대피 안내 문자가 빗발칠 때마다 또 불길이 닥칠까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이들은 아직도 꺼지지 않는 산불이 내뱉는 짙은 연무에다 갑작스러운 단전·단수, 수시로 반복되는 교통 통제가 더해져 빠른 일상회복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안동에서는 산불로 가압장에 전기 공급이 끊겨 단전조치가 내려졌다.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임동면 2487호는 정전됐다가 대부분 복구됐으나 177호에 대해서는 여전히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임하면, 남후면, 임동면, 풍천면 일부 지역에는 이틀째 수돗물마저 끊겨 생활 불편이 말로 다 못 할 지경이다. 안동시가 비상 급수를 실시하거나 병물을 지원하고 있으나 생활용수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영덕에서도 지난 25일 오후 5시 54분께 단전과 단수가 속출했다. 청송 신촌에서 산불이 영덕 지품면 황장리로 초속 25m 이상의 강풍을 타고 눈 깜짝할 새 넘어와 해안까지 휩쓸었기 때문이다.

지품정수장이 산불 피해를 입었고, 영덕정수장에도 전기가 끊겨 달산면 전 지역과 지품면 일부, 매정 2·3리, 삼계리 등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게다가 변전소가 정지되는 바람에 25일 오후 9시 6분께 관내 전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겨 암흑세계를 방불케 했다. 정전은 대부분 복구됐으나 산불 피해가 극심한 지품면 등에서는 복구가 상당히 늦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덕은 25일 밤 10시부터 통신마저 두절됐다. 통신은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대부분 복구됐다. 산불 피해가 극심한 지품면 일부에서는 휴대전화에 다시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영양군의 입암면, 청기면, 석보면 지역도 일시 정전이 발생했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도로 통제와 해제가 반복하면서 주민들은 큰 불편과 함께 고립 공포를 겪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IC)∼영덕 IC 구간 양방향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IC∼풍기 IC 구간 양방향 통제는 상당 시간 이어졌다.

안동 임동면 마령리 마령교 삼거리에서 영양 입암면 산해리 산해 교차로를 연결하는 도로도 26일 오후 3시 45분부터 통제됐다.

안동 길안면 천지리∼길안면 배방리 지방도도 통행이 통제됐다. 이밖에 국도와 지방도, 군도 8개 구간과 일부 철도 노선은 통제됐다가 재개됐다.

26일 현재, 경북도내 이재민 대피 인원은 3만3000여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만5400여명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주택 2448개소, 공장 등 건축물 2572개소·2천660동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의성산불 발생 6일째로 접어들면서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재민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며, 처참하게 무너진 보금자리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다행히 집에 머물고 있는 시민들도 쉬지 않고 날라 오는 재난문자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이들 재난문자는 마치 훈계라도 하듯 신속한 대피를 지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보도를 통해 정부의 고위 관리가 나서서 "이재민 구호·지원하라"는 식의 준엄한 명령을 내뱉고 있다.

영덕의 한 이재민은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가 이제 와서 말로써 호령하는 것으로는 도움은 될지언정 위안이 되지 못한다"면서 "여야 정치권도 서로 싸우지만 말고 이참에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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