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은 청나라 때까지만 해도 중국 신안현의 일부였으나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해 1842년 난징조약으로 영국에 양도되어 식민지가 되었다. 홍콩이라는 명칭은 향을 실어나르는 항구라는 의미에서 중국어로 ‘헝겅’이었지만 영국인들이 영어로 홍콩이라고 적으면서 홍콩이 된 것이다. 이후로 155년간 홍콩은 영국령 하에 있었는데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홍콩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영국이 이를 더는 거부할 수 없게 되자 1997년에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
홍콩반환 협상 과정에서 영국은 50년간 일국양제 체제를 요구했다. 홍콩은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자유와 자본주의를 마음껏 향유하며 살아왔다. 반면에 중국은 국가가 모든 분야에 개입하여 통제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주의가 결합된 공산국가였다. 그런 까닭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어 즉각적인 중국의 통치를 받으면 홍콩 사람들은 억압과 통제를 견디지 못하고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유혈사태와 인권탄압이 발생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영국은 50년간 홍콩의 자유시장, 자치권, 표현의 자유, 독립적 사법제도 보장을 요구했다. 결국, 한 국가에서 두 체제가 공존하는 일국양제 체제를 중국이 받아들여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그 이후, 지금 홍콩은 어떠한가? 사람이 떠나고 돈이 떠나는 엑소더스가 일어났다. 50년간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면서 강력한 통제 아래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안으로 급격히 흡수되었다. 사회적 혼란 속에 역동적이고 개방적이었던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과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홍콩 자치권의 수장인 행정장관 선출을 중국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정해버리자 반발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경찰이 최루액을 뿌리며 진압하자 시민들은 우산으로 막으며 저항했다. 이른바 홍콩의 민주화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우산 혁명’이다. 시민들의 처절한 시위는 계속되었지만 중국은 강력한 경찰력으로 끝내 진압하였고 주동자는 모조리 체포되었다. 그리고는 중국에 대한 비판금지, 외세와 인터뷰 금지, 시위를 테러로 간주하며 중국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모든 시민의 행동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이었다. 그렇게 홍콩의 자유는 종말을 맞았다.
빈부격차도 급격히 벌어졌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보다 58배나 높다.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비해 소득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생활은 더욱 곤궁해졌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더해 주거비용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홍콩시민의 평균 임금이 월 300여만 원을 조금 넘는데 3~4평 원룸의 월세가 120만 원을 훌쩍 넘고, 24평 아파트 월세는 650만을 호가한다. 홍콩의 전체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지만, 중국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게 되자 중국의 갑부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어 부동산을 마구 사들인 탓이다.
지금 홍콩은 번영과 자유의 도시에서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시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고, 중국의 통제에 자유마저 잃었다. 더욱 절망적인 건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이제 이곳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며 홍콩을 탈출하려 한다. 실제로 3명 중 한 명은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외국자본도 급속히 빠져나갔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금융산업도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제 아무도 홍콩을 아시아의 4마리 용(龍)중에 하나라고 생각지 않는다. 동양의 진주라고 불렸던 홍콩은 그렇게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나 살기도 바쁜데.. 골치 아픈 일 많은데 뭐하러 그런데 신경 쓰나.”라고…. 하지만 그 생각은 매우 지엽적이고 잘못된 생각이다. 체제와 정치가 바뀌면 가장 먼저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베네수엘라가 그러했고, 그리스가 그러했고, 아르헨티나도 그러했다. 지금 홍콩도 그러하다.
조기 대선이 시작되었다. 정치인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게 아니다. 국민의 선택이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냉철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