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7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최근 급변하는 환율과 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은은 경기 부양보다 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분기 국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0.2%를 밑돌 가능성이 크며, 소폭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 강도와 주요국의 대응 변화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이례적으로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성장률은 역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다음 달로 예정된 금리 인하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5월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0원을 넘기도 했다가 1410원대로 하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내린 1418.9원에 마감, 작년 12월 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일본 간 관세 협상 기대감에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4%, 코스닥은 1.81% 올랐다.

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관세 협의 조기 타결을 목표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2.385%로 3.4bp 올랐고, 10년물은 2.645%로 1.6bp 상승했다. 장기물 금리도 대부분 오르며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물가와 환율 불안 요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대폭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JP모건, 씨티, 노무라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대 초반까지 낮춰 잡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관세 정책의 변화가 워낙 크고 빠르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금통위원 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