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가난한 자의 벗'…곳곳 전쟁 속 평화 위한 호소 외침

▲ 프란치스코 교황. 연합뉴스

- 비유럽권·최초 신대륙 출신 교황...역대 가장 진보적
- 폐렴으로 장기간 입원했다 퇴원해 활동 재개하던 중
-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 택해...방북은 끝내 무산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바티칸 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심각한 폐렴 때문에 입원했다가 회복해 교황청으로 돌아온 뒤 활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전날 부활절 대축일에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만나고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으나 이날 갑작스레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즉위 직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허름한 구두를 신고 순금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가슴에 걸고 소형차에 몸을 싣는 겸손하고 서민적인 교황의 모습에 세계인들은 감동했다.

또한 그는 호화로운 관저를 놔두고 일반 사제들이 묵는 공동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하며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쇠퇴하는 가운데 교황에 즉위해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그의 파격 행보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권위와 물욕을 버리고 몸을 낮추는 습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

그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교황은 주교와 추기경으로 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 사목에 힘썼다. 마약이 유통되고 폭력이 흔한 우범지대여도 교황은 개의치 않고 동행하는 사람 없이 빈민촌을 찾았다.

1282년 만의 비유럽권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인 그는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교회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더 포용적으로 바뀌고 평신도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진보적 개혁을 밀어붙여 가톨릭 내 보수진영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해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아프리카 가톨릭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낸 종교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교황은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건강상의 문제로 자진 사임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적대적 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의 2015년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천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 이라크 땅을 밟아 무장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발발한 이래 교황은 끊임없이 평화의 목소리를 냈다.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을 두고도 민간인 희생을 막고 분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교황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연보>

▲ 1936년 12월17일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 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 1958년 = 예수회 입문. 산미겔 산호세 대학서 철학 전공
▲ 1969년 = 사제 서품
▲ 1980년 =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 원장
▲ 1998년 =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 2001년 = 추기경 임명
▲ 2013년 3월 = 교황 선출
▲ 2013년 7월 = 첫 로마 바깥 사목활동으로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방문. 첫 회칙 '신앙의 빛' 발표. 동성애 유화 발언
▲ 2014년 5월 =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 방문. 분리장벽서 기도
▲ 2015년 6월 = 가톨릭 첫 환경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 발표
▲ 2019년 2월 = 이슬람교 발상지 아라비아반도 방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서 미사 집전
▲ 2019년 2월 = 수녀 대상 사제 성폭력 인정
▲ 2021년 2월 =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고위직에 첫 여성 임명
▲ 2021년 6월 = '미성년자 성범죄 성직자 무관용' 개정 교회법 반포
▲ 2021년 7월 = 결장 협착증 수술
▲ 2021년 11월 = 바티칸 행정 총괄 사무총장에 첫 여성 임명
▲ 2022년 2월 = 이탈리아 TV 토크쇼 '케 템포 케 파'(Che tempo che fa) 출연
▲ 2022년 2월 = 교황청 주재 러시아 대사관 방문해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전달
▲ 2023년 2월 = 자진사임설 반박
▲ 2023년 3월 = 기관지염으로 입원
▲ 2023년 6월 = 탈장 수술
▲ 2023년 12월 =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
▲ 2025년 2월14일 = 기관지염으로 입원
▲ 2025년 3월23일 = 퇴원해 바티칸으로 복귀
▲ 2025년 4월21일 = 88세로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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