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포스터도 화가들이 직접 그려 건물에 걸어놓았으며 지나가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던 시내 극장의 옛 모습. 줄지어 극장에 입장하려고 입구에 즐비해 있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대형 멀티플렉스 형태의 영화관이 들어섰다. 예전 필름이 뚝뚝 끊기고 야유소리가 진동하던 극장의 모습에서 깨끗한 디지털의 영상으로 고급스럽고 초호화 소파를 설치한, 최고의 음향기기를 갖춘 멀티플렉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던 대형 영화관이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고 이제 존재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운영사인 CJ CGV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으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7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총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건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영화관 실적이 크게 부진하면서 역대급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으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형 쇼핑몰 내 면적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해 우량 임차인이라 불리던 영화관이 텅 비게 되면서 대형 상업시설 공간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OTT 구독료에 비해 비싼 영화 관람료는 극장 관객 감소를 부추긴 요인 중 하나이다. 넷플릭스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광고형 스탠다드 멤버십의 월 구독료는 5.500원인데 반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의 관람료는 주말 기준 1만5.000원이다. 즉 영화관 티켓 한 장을 살 돈이면 OTT 두 달 이용권 결제가 가능하다. 영화티켓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반면 OTT의 경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결국 영화관도 줄줄이 폐관한다. CGV는 오는 서울 송파점과 인천 연수역점을 시작으로 창원점과 광주터미널점 등 4개점이 순차적으로 문을 닫는다. 국내 CGV 영화관 수는 총 192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실적 부진과 시장 불확실성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고점대비 주가가 무려 97% 폭락한 것이다. 문화 복합공간의 성격으로 보완해 나가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도 회의적이다. 예전에 극장이라고 불리던 그 공간에서도 영화뿐만 아니라 리싸이틀 같은 쇼나 가수 공연 등 문화 복합공간의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대형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쇠퇴하는 원도심 지역의 문화 환경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세월은 돌고 돌아 형태는 바뀌어도 그 속에서 상영되는 인간의 애틋한 삶과 꿈, 희망을 비쳐주는 은막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