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이 말은 보통 윗사람의 솔선수범을 촉구하는 의미로 쓰이지만 비단 인간관계에 국한된 말은 아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라는 자연법칙에서 비롯돼 현대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통틀어 관통하는 대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원칙에 바탕을 둔 사고를 하는 것이 곧 '상식'이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상식을 잘 이해하고 실천할 때 일이 순리대로 흘러간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형산강 상류인 경주시 서면 도리마을에 산업폐기물이 포함된 800톤에 이르는 불법 매립이 있었다. 여기서 흘러나온 침출수에서는 허용치의 9배에 이르는 수은을 비롯해 카드뮴, 페놀, 납, 비소 등 11가지 중금속이 검출됐다.

경주시가 뒤늦게 행정처분을 내리고 5개 사항에 대해 사법당국에 고발조치를 했다. 하지만 지독한 악취가 진동하고, 누른 침출수가 철철 흘러넘치는데도 즉각적인 원상복구와 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형산강물을 식수로 생산, 사용하는 포항시가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시는 경주시와 경계지점에 있는 유강정수장에서 형산강 물을 취수, 정수해 시민들의 식수로 쓴다. 임하댐 등지에서 보급받는 원수는 물값을 지불하지만, 형산강물은 별도 물값이 없어서인지 유강정수장을 통한 정수량은 포항시 전체의 20%에 이른다.

포항시가 형산강 식수원을 다른 식수원보다 더욱 소중히 다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포항시의 형산강 상수원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은 포항시와 경주시 경계 지점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러던 사이에 형산강 상류와 중류 지역이 각종 오염에 노출되고 있다. 형산강은 경주 서면이 발원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 800톤 이상의 재활용 성토재가 불법 매립돼 수은을 포함한 중금속들이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다.

게다가 중류지점인 경주시내를 거쳐오면서 각종 생활오수의 오염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형산강의 상류와 중류가 각종 수질 오염의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거리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복지부동한 행정의 단면이다.

포항시는 '포항시민들에게 최고의 식수를 제공해야 한다'는 투철한 목적을 소홀히 해서 안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이치를 뼛속 깊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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