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숙 풍수칼럼니스트

▲ 김영기 풍수 칼럼니스트가 그린 육관묘소의 산도. 그림 중앙의 상가저수지 위쪽의 동그라미가 육관묘소 자리이다.
많은 풍수인이 풍수공부를 위해서 필수 답사코스로 잡고 있는 곳이 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가야산 일대이다. 그곳에는 흥선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소가 있고 육관도사의 묘소가 있다. 육관의 묘소는 남연군 묘소를 지나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상가저수지가 보이는 고갯마루 오른쪽에 있다. 상석과 비석도 없이 덩그러니 조성된 봉분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소위 신후지지(身後之地)라고 하여 육관이 생전에 정해둔 곳이라고 한다.

풍수가들은 이곳을 꿩이 매를 피해 깊은 숲속에서 웅크려 알을 품고 있는 형상 즉 ‘복치혈(伏雉穴)’이라고 부른다. 복치혈은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거창한 자리가 아니라 자손 대대로 건강하고 화목을 이루게 해주는 소박한 자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묘소를 통해서 육관이 추구한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육관 손석우는 장용득, 지창룡과 함께 우리나라 근대의 풍수계를 대표하는 3인의 야인(野人)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28년 경북 울진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뛰어난 기억력과 산수를 잘하는 천재였다고 전해진다. 육관은 소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임용 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그는 교사직와 군 장교직을 역임했으며 공천에 탈락하기는 했지만 한때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 적도 있었다. 이후 현실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움막을 짓고 도를 깨치기 위해 기도에 정진하게 된다. 기도 중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드디어 땅속이 훤히 보이는 ‘산안(山眼)’의 경지에 오르면서 풍수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책이 바로 소설 ‘터’이다. 이 책은 육관의 구술을 바탕으로 제자 윤덕산이 기록, 완성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김일성이 1994년 겨울에 명(命)을 다할 것이라고 예언한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마침 김일성이 같은 해 7월 8일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실에 힘입어 이 책은 약 70만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소설 ‘터’로 인해서 풍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이후 육관의 풍수사로서의 활약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회자 되고 있다.

육관은 1978년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여사의 의뢰를 받아 그녀의 조부 이봉희의 묘를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파묘해 용인시 내사면 금박산으로 이장(移葬)한 일도 있다. 육관은 그 자리를 ‘학이 날아가는 형국’이라 하여 곧 왕비가 나올 터라고 예언했다. 또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뢰를 받아 그의 부모 묘소를 용인시 묘봉리로 이장시켰다. 육관은 이곳이 ‘천선하강(天仙下降)’의 길지로 여기에 묘를 쓰면 김 총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한편 당대 각 분야의 대가 세 사람이 모여 사주, 관상, 풍수 중 ‘인간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것이 가장 강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1960년대 초, 당시 사주의 일인자로 명성을 떨치던 단촌 이석영 선생과 상학의 고수 박해월 선생이 한 거지 총각의 사주와 관상을 풀어보았다. 결론은 참담했다. 총각은 운이 지지리도 없는 박복한 사주를 가졌고 얼굴에는 천생 거지 상이 드러나 있었다는 것이다. 풍수도사 육관은 총각을 따라가 그의 아버지 묘를 파묘하고 직접 점지한 곳으로 이장해 주었다.

동양학의 대가인 세 사람은 운명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얼마 후, 총각은 우연히 자살하려던 한 처녀를 구했고 두 사람은 결혼에 이르게 됐으며 그녀는 상당한 재력가의 딸이었다. 이를 계기로 총각의 운세는 말 그대로 욱일승천, 일취월장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다시 만난 그 청년의 관상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이를 계기로 사주와 관상이 풍수의 법칙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다.

따라서 육관은 수많은 체험을 통해 결국 가장 강력한 ‘인연’은 조상 대대로 쌓아온 선업과 적선에 따라 주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숱한 사례를 통해 진정한 명당과 발복은 적덕을 많이 쌓은 가문, 마음가짐이 올바르고 효성이 지극한 사람, 성실하게 살아가며 욕심 없이 이타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 지구상 최대의 음택 명당인 ‘자미원(紫薇垣)’이 있으며 훗날 이곳에서 세계 통일을 이끌 ‘대제왕’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자리가 바로 우리나라 서해안이라고 보았으며 앞으로 국운은 서쪽으로 이동해 위대한 서해안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견했다.

육관은 서해안 시대를 넘어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끄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언했다. 육관의 사후로 한국의 상황을 보면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 K-팝으로 시작한 한류는 K-드라마, K-콘텐츠로 이어지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K-민주주의’를 더하고 싶다. 최근 비상계엄이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침착함과 단결력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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