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8일(현지시간) 파파모빌을 타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앞에 모인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18일(현지시간) 파파모빌을 타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앞에 모인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톨릭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번 미사를 통해 레오 14세는 전 세계 앞에서 교황직 수행을 공식 선언하며 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레오 14세는 이날 오전 9시 7분쯤 지붕 없는 흰색 교황 전용 차량 '파파모빌'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등장했다. 

수천명의 신자들은 "비바 일 파파(교황 만세)", "파파 레오네(교황 레오)"를 외치며 환호했고, 일부는 그가 응원한 미 프로야구팀 '화이트삭스'를 외치며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광장을 돌며 신자들에게 인사한 교황은 몇 차례 차량을 멈추고 아기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등 축복을 건넸다. 이어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입장한 그는 오전 10시께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에 참배하며 신앙의 뿌리를 되새겼다.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 즉위 미사 중,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레오 14세 교황의 손가락에 ‘어부의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 즉위 미사 중, 필리핀 출신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레오 14세 교황의 손가락에 ‘어부의 반지’를 끼워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 성 베드로 대성전 내부에서 광장 제대까지 추기경단과 함께 행진했고, 고대 찬가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신다(Laudes Regiae)’와 ‘성인 호칭기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즉위 미사가 시작됐다.

교황은 제대에 올라 라틴어로 “형제자매여, 주님께서 만드신 이날에 우리는 이 물의 표징을 통해 우리 세례의 기억을 새로이 합니다”라고 선언하며 미사를 열었다. 이어 추기경들로부터 교황직의 상징인 '팔리움'과 '어부의 반지'를 전달받으며 교황직 수행을 공식화했다.

양털로 만든 흰색 띠 ‘팔리움’은 길 잃은 양을 메고 돌아오는 선한 목자의 상징이며, ‘어부의 반지’는 초대 교황 베드로의 사명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황은 이 반지를 통해 교황 문서에 인장을 찍는 등 교회 수장의 권위를 행사하게 된다.

미사 중에는 교회 구성원을 대표하는 12명의 대표단이 교황에게 복종을 맹세했다. 이들은 추기경과 주교, 수도자, 평신도 부부, 어린이 등으로 구성돼 교황과 모든 교회의 일치를 상징했다.

레오 14세는 미사 강론에서 세계 평화와 전쟁 종식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날 미사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주요 국가 정상들과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부부, 에드워드 영국 왕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즉위 미사를 마친 레오 14세는 바티칸을 찾은 각국 대표단과의 접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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