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학계 넘나든 ‘세계 금융 설계자’, 향년 81세

스탠리 피셔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이 3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별세했다. 향년 81세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피셔 전 부의장의 별세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병환을 앓아왔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943년 아프리카 잠비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피셔 전 부의장은 13세 때 가족과 함께 짐바브웨로 이주했다.
런던정경대학(LSE)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 교수로 재직하던 1978년, 그는 동료 루디거 돈부시와 함께 공저한 “거시경제학”으로 전 세계 대학생들의 교과서 역할을 했다.
이 책은 그의 학문적 위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피셔 전 부의장은 지도자로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MIT에서 가르친 제자 중에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우에다 카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등 세계 경제를 이끈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정책 현장에서도 그의 발자취는 깊었다.
IMF 수석 부총재,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씨티그룹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 금융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국을 직접 찾아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하며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이후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 나갔으며, 이때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가 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준 부의장을 지내며 대표적 매파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그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의 핵심 인물”로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대 중앙은행의 작은 거인”이라 불렀다.
그의 제자였던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정의로운 세상이었다면 피셔가 연준 의장이나 IMF 총재가 됐을 것”이라며 “그의 노력으로 수억 명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