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늦은 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국정 마비와 국가 대혼란이 꼭 6개월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3일 본투표가 끝난 오후 8시, 방송3사 등이 함께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는 그간의 여론조사와 오차가 크지 않았다.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본투표일까지도 역전승을 바랐던 게 사실이고, 진보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간 6개월 간의 여론 추이와 대선 결과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정치는 모름지기 대의와 명분에 충실해야 하고, 정치인들의 평소 실천 의지와 더불어 꾸준히 내왔던 성과가 투표라는 방법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를 선호한다는 것과 국민 다수가 이재명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원한다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큰 문제는 불과 8년 사이에 두 명의 보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는 점이다. 탄핵이 잘못됐다든가, 탄핵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왜 탄핵을 당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이 국회와 헌법재판소 결정이었지만, 본질은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분석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의 극우 집회에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함께 대구 서문시장을 돌아다녔다. 보수진영을 괴멸 직전의 지경으로 내몰게 만든 데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김문수 후보는 그냥 덮어두고 보수 집결을 통한 재집권에만 몰두하는 선거전을 치렀다. 그의 유세에서 집권해서 이 나라를 어떻게 경영하며, 국민들을 어떻게 잘 살도록 하겠다는 비전은 좀체 들리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전은 기승전 분열과 증오, 음모의 그림자가 엄습했고, 그것들은 끝내 치워지지 않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이런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처럼 보수를 위한 정치, 부자를 위한 정치, 특정 지역에 의존한 정치를 답습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 당선인은 심지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다시 보수에게 내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펼치다가 망해도 망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경우에는 역사가 판단하고, 대의가 판단하고, 결국 국민의 재선택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김문수 후보 모두 '지고도 이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교훈'을 결코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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