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국민의힘이 대선 이튿날인 4일부터 패배의 충격 속에 책임론과 계파 갈등으로 휩싸였다.
특히 지도부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충돌하는 한편, 보수권 단일화를 무산시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책임론도 불붙으며 당내 균열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정권을 내주며 전면적인 쇄신론과 책임론에 직면했다.
패배 직후 당 내부에서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잇따랐다.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구태 정치를 단호히 거부했다”며 “기득권 정치인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 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의원도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든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성국 의원 역시 “이제 정말 떠날 때다. 오늘을 넘기지 마시라”고 권 원내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사퇴론 대신 쇄신론을 앞세우고 있다.
김문수 전 후보는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삼척동자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느냐”며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즉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피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패배의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지금은 내부 싸움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론을 경계했다.
친한계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면서, 5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는 ‘새 지도부 선출’이나 ‘비대위 체제 연장’, ‘새 원내대표 선출’ 등을 놓고 계파 간 정면 충돌이 예고된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대여(對與) 투쟁보다 내부 정리부터 해야 하는 단계”라며 “의총에서부터 본격적인 계파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선 패배를 둘러싼 보수진영 단일화 무산의 책임론도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 출마를 강행했고, 그 결과 보수 표가 분산돼 이재명 후보의 완승을 도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은 병든 숲”이라며 당을 정면 비판했고, 진종오 의원은 “우리는 계엄을 옹호한 채 뻔뻔한 한 표를 애원했다”며 내부 분열을 자성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대선 완주는 보수진영 재편의 기회”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겠다고 맞섰다.
지도부·친한 갈등과 이준석 책임론 속에서 차기 당권 경쟁 구도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 기간 ‘당원 가입 배가 운동’을 이끈 한동훈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잠재적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대선에서 40%를 넘긴 김문수 전 후보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되며, 한기호 의원은 ‘김 전 후보를 당 대표로 옹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원 문자를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의원총회 준비 과정에서 한 의원이 “의총에 참석도 안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줄줄이 의원총회를 열어달라고 하는 게 신기하다”고 꼬집자, 친한계 의원들이 즉각 반발한 것으로 알려져 계파 간 신경전이 이미 고조된 모습이다.
이번 대선 패배를 계기로 국민의힘은 지도부 책임론 충돌과 이준석 단일화 책임론이라는 두 축의 갈등 속에서, 당 쇄신과 보수진영 재편을 둘러싼 치열한 내분을 예고하고 있다.
5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당의 향후 진로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