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태 공학박사(라이프 기자)
“잠깐만요. 그런데 말이에요.”로 반전되는 유명한 TV드라마 대사가 있었다. ‘형사 콜롬보’가 그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KBS에서 방송한 유명한 외화 중 ‘형사 콜롬보’라는 드라마다. 주인공 ‘피터포크’라는 배우의 이름을 외울 만큼 그의 수사 스타일은 유명했으며 반전을 끌어내는 주요한 장면이었다. 범인의 집을 찾아가 평범하게 탐문을 마치며 갑자기 돌아서서 던진 반전 질문에 피의자는 당황하여 도망을 간다. 그의 수사방식은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아이들이 따라 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러다 최근 또다시 매우 유사한 멘트를 듣게 된다. 그것은 모 TV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이다.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시작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마다 형사 콜롬보가 범인이 긴장을 푸는 순간 반전으로 날카롭게 질문하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현재 SBS에서 방송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미제 사건과 사회 범죄, 부조리 등을 깊이 있게 취재하는 대표적인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사하게 MBC의 PD수첩은 부패와 범죄, 사회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탐사 프로그램이고, KBS의 추적 60분은 주로 범죄와 부조리, 법적 문제 등을 주제로 사회적 이슈를 심층 분석하여 다루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국내 드라마 중 ‘형사 콜롬보’와 쌍벽을 이루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수사반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기 방영된 전설적인 형사 드라마이며 당시 실화 기반 사건을 소재로 하기도 했다. 주인공 역인 수사반장에 최불암과 박광남, 김상순, 김호영, 정욱 등이 출연, 수사관 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며 지금의 ‘경찰청 사람들’의 모태 역할을 했으며 한국 경찰 드라마의 초석을 세운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법창야화(法窓夜話)"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수사관이나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겪은 사건 중심으로 방송되었다.

'법창(法窓)'은 법정을 상징하는 말이고, '야화(夜話)'는 밤에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법정 안팎의 숨은 이야기, 인간적인 고뇌, 드러나지 않는 진실을 다룬 드라마였다. 여러 가지 소재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1970~80년대 형사 드라마가 주었던 긴장감, 휴머니즘,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정의감의 향수를 현대의 정서로 되돌아보면 아련한 추억이 남는다. 법창야화(法窓 夜話), 그 이름은 마치 도시의 심장처럼 고요한 밤, 정의를 깨웠고 도망치던 발자국은 언제나 한 발 늦게 진실의 문 앞에 멈춘다. TV의 흑백은 사라졌지만 그 화면 안에 담긴 사람 냄새, 억울함, 울분, 그리고 아주 조금의 희망은 잊히지 않는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나는 살인자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시리즈에서 본 내용이다. 이혼한 엄마를 따라 유년기를 보내는 아이가 있었다. 엄마의 남자친구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폭력적이며 교도소를 제집처럼 들락대었다. 어느 날 아동복지국에서 아이 집을 방문하고 경악했다. 차가운 바닥에 누추한 옷을 입은 아무것이나 주워 먹고 있었다. 매일처럼 얻어맞았고, 아무도 눈길도 주지 않던 더러운 행색의 가여운 아이에게 아동복지국 공무원은 다가가서 꼭 껴안아주었다. “너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할께.” 그 아이는 그 전까지 타인의 따스한 온기를 받지 못하고 자랐다.

처음으로 따스함을 느낀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따스하던 포옹은 더 이상 그의 인생에서 없었다. 가족복지센터에서 지내다 입양이 되고, 제대로 된 가정에서 짧은 시간 생활하며 행복했으나 어질게 생긴 전직 교사 출신의 양아버지로부터 이제 겨우 5, 6세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양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하지만 그것이 뭔지도 몰랐다. 힘겹고 고통스럽기만 한 유년기 시절을 보내고 아이는 자라서 17살 청소년이 되었다. 그는 계속 자신을 성폭행하는 양아버지에게 다가가 천천히 총을 집어 들고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소파에 앉아있던 양부는 사방에 피를 흘리며 숨져갔다. 경찰은 그를 체포했고, 1급 살인혐의로 사형이 언도되고, 언제일지 모를 집행일을 기다리며 40대가 된 지금까지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였다. 살인자와 범인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이에게 보호자가 조금 만 살폈더라면 꿈 많은 유년기를 보내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사회가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조금씩 살펴주면 어떨까? 보호자의 보호가 필요한 많은 아이들을 사회가 함께 돌보는 시스템은 없을까?

세월은 지나 ‘수사반장’과 ‘법창야화’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되지만, 범죄드라마는 제목만 바뀌어져 계속적으로 편성된다. 제목은 바뀌어도 인간사는 그대로인가? 수사 드라마 속엔 종종 밝혀지지 않은 진실, 억울한 눈물, 정의보다 앞선 폭력 같은 씁쓸한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로 인해 생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조용히 그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정상태 공학박사(라이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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