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CO2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모두들 알고 있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결과이기도한 사막화를 막기 위해 수자원을 보전해야 하고 물 소비를 줄이자는 것도 모두들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화된 도시가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이 에너지와 물을 ‘물 쓰듯 하는’ 세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 휘발유, 개스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물값이 크게 올라 비용 부담이 커서 어쩔 수 없이 절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는 것도 같다.

이번에 미국에 가서 둘째 아들이 이사 가는 것을 도와주며 그 집에 꽤 오래 머물렀는데, 전기값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있어 많이 쓰고도 낼 요금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물값이 상당히 높게 나와 따져보니 우리 식구 3명이 하루에 쓰는 수돗물이 수백 갤런 (1갤론=2리터)에 이를 만큼 많았다. 샤워를 하루에도 몇번씩 자주 했고, 빨래도 자주 했는데, 한 번에 수십 갤런씩 쓰고 있었고, 화장실 한번 갔다 올 때 마다 5~6 갤런씩 쓰고 있었고, 거기에 앞뜰 잔디에 물 주는 스프링클러가 매일 아침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절약해보자 가족회의를 하고 샤워 횟수를 줄이고, 빨래도 자주 않하고, 스프링클러 가동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물론 좀 불편했지만, 그 대가가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돌아올지 알아보고 싶었다.

전기료는 집이 비어있는 동안 안 써서인지 오히려 – $1,000 정도가 되어 있어서, 한동안은 전기값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태양광 설치방식이 밧데리 없이 낮에는 발전하는 대로 쓰고, 밤에는 일반 전기를 써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낮에 쓰고 남은 전력은 전기회사로 보내져 매각되는데, 밤에는 비싼 전기를 쓰면서 그 축적된 판매대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웃 집들을 보니 집 앞에 밧데리박스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직접 전기를 비축하여 밤에도 쓸 수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비싼 충전용 밧데리가 있고 없고에 따라 두 종류가 있는데, 설치비용과 수익면애서 서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은 각 집들이 수영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하루 8시간 정화용 모터를 돌려야 하므로 대부분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여름이면 전기사용량이 크게 올라 한국전력의 모든 전기생산 및 비축량이 바닥이나 ‘블랙아웃’ 위험경보가 발령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전기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력의 대 부분을 생산해오던 원자력은 위험해서 않되고, 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이 심해져서 않되니,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늘려야 한다고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관련시설 설치가 쉽지 않아 건설기간이 오래 걸리고, 생산단가가 싸지 않고, 중소시설 위주라서 큰 용량 발전이 쉽지 않은 등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더구나 기존의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조기에 멈추게 되니 블랙아웃의 위험도 커졌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기가격 (가정용 1kwh $0.131)은 OECD 중간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가정용 1kwh $0.221)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원자력 및 화력 포기 등으로 인한 전기생산단가의 상승은 △ 가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저소득층은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생활비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 사용이 많은 계절에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 △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특히 제조업, 데이터센터, 대형 유통업체 등 전력 다소비 산업군은 생산원가가 상승하며, 이는 제품 가격 인상이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경우, 국내 생산 축소 또는 해외 이전 가능성도 있다. △ 전력 단가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전기를 많이 쓰는 냉장·냉동식품, 산업재, 서비스 요금 등이 더욱 그러하며,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도 부담이 된다. △ 에너지 빈곤층 증가, 즉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정이 냉·난방을 줄이게 되어 비위생적, 비인간적인 생활환경에 놓일 수 있는데, 특히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이 있는 가정이 더욱 취약하다.

소득이 향상되고 도시의 기능이 커질수록 수돗물의 소모량도 커지게 된다. 지금은 세계의 각 도시들마다 수자원 확보가 가장 도시환경 이슈가 되고 있다. 더구나 사막지대 내지 사막에 가까운 지역에 자리잡은 도시들의 경우 수자원을 먼 곳에서 수로나 파이프를 통해 이송해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막지역이 아니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가뭄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LA의 경우에는 용수를 멀리 콜로라도 강에서 이송해와야 하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많은 인구가 지나치리 만큼 용수를 쓰게 되므로 문제인 것이다. 한편 바다는 지구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깊은 해구들을 지니고 있기에 바닷물을 저렴하게 담수화할 수 있다면, 이를 도시와 사막지대로 이송하여 물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오일부국인 중동국가들에서나 해수담수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해수 담수화는 일반 지하수나 하천수보다 생산비용이 3~5배 정도 더 비싸다. 다만 기술 발전, 신재생에너지 연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점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에너지를 절약하듯 물도 심각히 아껴 써야 하고, 상수도 누수방지, 절수형 기기 도입, 빗물저장 이용, 재이용수 활용 등 다양한 절약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며, 저렴한 담수 생산 기술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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