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이번에 미국에 가서 둘째 아들이 이사 가는 것을 도와주며 그 집에 꽤 오래 머물렀는데, 전기값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있어 많이 쓰고도 낼 요금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물값이 상당히 높게 나와 따져보니 우리 식구 3명이 하루에 쓰는 수돗물이 수백 갤런 (1갤론=2리터)에 이를 만큼 많았다. 샤워를 하루에도 몇번씩 자주 했고, 빨래도 자주 했는데, 한 번에 수십 갤런씩 쓰고 있었고, 화장실 한번 갔다 올 때 마다 5~6 갤런씩 쓰고 있었고, 거기에 앞뜰 잔디에 물 주는 스프링클러가 매일 아침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절약해보자 가족회의를 하고 샤워 횟수를 줄이고, 빨래도 자주 않하고, 스프링클러 가동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물론 좀 불편했지만, 그 대가가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돌아올지 알아보고 싶었다.
전기료는 집이 비어있는 동안 안 써서인지 오히려 – $1,000 정도가 되어 있어서, 한동안은 전기값을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태양광 설치방식이 밧데리 없이 낮에는 발전하는 대로 쓰고, 밤에는 일반 전기를 써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낮에 쓰고 남은 전력은 전기회사로 보내져 매각되는데, 밤에는 비싼 전기를 쓰면서 그 축적된 판매대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웃 집들을 보니 집 앞에 밧데리박스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직접 전기를 비축하여 밤에도 쓸 수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비싼 충전용 밧데리가 있고 없고에 따라 두 종류가 있는데, 설치비용과 수익면애서 서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지역은 각 집들이 수영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하루 8시간 정화용 모터를 돌려야 하므로 대부분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여름이면 전기사용량이 크게 올라 한국전력의 모든 전기생산 및 비축량이 바닥이나 ‘블랙아웃’ 위험경보가 발령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전기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력의 대 부분을 생산해오던 원자력은 위험해서 않되고, 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이 심해져서 않되니,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늘려야 한다고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관련시설 설치가 쉽지 않아 건설기간이 오래 걸리고, 생산단가가 싸지 않고, 중소시설 위주라서 큰 용량 발전이 쉽지 않은 등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더구나 기존의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조기에 멈추게 되니 블랙아웃의 위험도 커졌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기가격 (가정용 1kwh $0.131)은 OECD 중간 정도의 가격을 유지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가정용 1kwh $0.221)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원자력 및 화력 포기 등으로 인한 전기생산단가의 상승은 △ 가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저소득층은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생활비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 사용이 많은 계절에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 △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특히 제조업, 데이터센터, 대형 유통업체 등 전력 다소비 산업군은 생산원가가 상승하며, 이는 제품 가격 인상이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경우, 국내 생산 축소 또는 해외 이전 가능성도 있다. △ 전력 단가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전기를 많이 쓰는 냉장·냉동식품, 산업재, 서비스 요금 등이 더욱 그러하며,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도 부담이 된다. △ 에너지 빈곤층 증가, 즉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정이 냉·난방을 줄이게 되어 비위생적, 비인간적인 생활환경에 놓일 수 있는데, 특히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이 있는 가정이 더욱 취약하다.
소득이 향상되고 도시의 기능이 커질수록 수돗물의 소모량도 커지게 된다. 지금은 세계의 각 도시들마다 수자원 확보가 가장 도시환경 이슈가 되고 있다. 더구나 사막지대 내지 사막에 가까운 지역에 자리잡은 도시들의 경우 수자원을 먼 곳에서 수로나 파이프를 통해 이송해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막지역이 아니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가뭄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LA의 경우에는 용수를 멀리 콜로라도 강에서 이송해와야 하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많은 인구가 지나치리 만큼 용수를 쓰게 되므로 문제인 것이다. 한편 바다는 지구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깊은 해구들을 지니고 있기에 바닷물을 저렴하게 담수화할 수 있다면, 이를 도시와 사막지대로 이송하여 물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오일부국인 중동국가들에서나 해수담수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해수 담수화는 일반 지하수나 하천수보다 생산비용이 3~5배 정도 더 비싸다. 다만 기술 발전, 신재생에너지 연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점점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에너지를 절약하듯 물도 심각히 아껴 써야 하고, 상수도 누수방지, 절수형 기기 도입, 빗물저장 이용, 재이용수 활용 등 다양한 절약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며, 저렴한 담수 생산 기술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