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행사 도중 호출돼 계엄 국무회의 참석… 절차도, 설명도 없었다"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저 스스로 무력감, 무능감, 분노감도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임의 출석해 당시 상황을 진술하며 “대통령의 계엄에 동의하거나 동조한 적은 없지만, 이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동원돼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복합적인 심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계엄령이 선포된 당일, 송 장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울산에서 열린 김장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

이후 서울로 복귀한 그는 밤 9시 30분쯤 대통령실로 호출돼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무슨 회의인지, 어떤 안건이 있는지도 모른 채 들어갔고, 회의의 시작이나 끝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과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중앙지방정책협의회 도중 이 전 장관이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으며, 이후 대통령실에서 “지금 무슨 이야기냐”고 묻자 “계엄”이라는 단어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에 “너무 놀라 ‘말도 안 돼요, 막아야 해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맞은편에 앉아 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1~2분 만에 나오는 것을 봤다”고 기억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에 나타나 “이건 누구와 의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콩닥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긴 했는데,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 누구도 반대하거나 회의 절차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그 자리가 국무회의였는지도 몰랐다. 형식과 절차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지난해 5월 단독 면담한 사실도 언급했다.

당시 그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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