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지난 6·3대선 이후에 국민의 반응은 이랬다. 패배한 쪽은 “이제 이 나라는 망했다. 법치와 정의는 무너지고 친중 반미로 미국과의 동맹 관계는 파탄 날 것이며 경제는 폭망할 것이다”라며 탄식을 쏟아냈고, 다른 한쪽은 “이제 나라가 바로 굴러갈 것이다. 분배와 공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라며 환호했다.
사람이 사는 세상의 모든 쟁점 중에서 절대로 통합되거나 융합되지 않는 것이 오직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정치적 이념이다. 거리에 오고 가는 숱한 사람들, 정치학 박사나 교수, 법을 다루는 검사나 판사,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 뙤약볕 아래 밭을 매는 농부도,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일지라도 정치적 이념은 서로 갈린다.
예배당에서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수백 명의 신자가 있다. 모두 하나님을 섬기는 신자이지만 저 중에는 좌파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눈물로 기도한 사람이 있고, 보수의 재집권은 안된다며 금식하며 기도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저들 모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고 다정한 이웃들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원하고, 그리고 자녀들이 살아갈 이 나라의 미래가 더 풍요롭고 더 자유로우며 번영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 마음이야 좌든 우든 같지 않겠는가? 하지만 다정한 이웃이고 같은 신을 섬기는 신자일지라도 다른 정치적 이념으로 접근하면 상대를 맹렬히 적대시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이 아닌 반대세력이 집권하면 서로 망한다며 극명하게 두 쪽으로 갈라진 세상, 그 누구도 무너지고 파괴된 비참한 미래를 원하지는 않을 터인데 과연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졌다. 로또 복권을 여러 장 사면 붙어 나오는 것처럼 서로 붙은 투표지, 접히지 않은 신권 다발 투표지, 인구수보다 많은 투표지가 나온 여러 지역구, 1번만 기표가 된 투표지가 3,000표가 넘도록 일련번호까지 순서대로 나오는 투표지, 전라도 지역만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통계 법칙에 맞지 않는 사전투표의 득표율 등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증거가 포착됐다. 특히 사전투표의 통계치를 두고 회오리바람이 폐차장을 스쳐 지나갔는데 바람에 의해 최고급 승용차 한 대가 조립되는 것과 같은 확률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 국제선거 감시단이 국내에 들어와 선거기간 동안 선거를 감시하였다는 점이다. 미국에 돌아간 그들은 한국의 6·3대선은 중국이 개입한 명백한 부정선거였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거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대형 전광판에 이영돈 PD가 만든 한국의 부정선거 관련 영화가 상영되고,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 있는 언론의 메카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 부정선거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국내언론에서는 그 어디에도 이런 사실이 보도되지 않았다. 선관위도 침묵하고, 정치권도 침묵하고, 언론도 침묵한다. 이 경천동지할 일에 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나?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여론조사도 믿을 수 없다. 여론조사는 사회 현상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파악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특히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지난 대선 기간 여론조사는 필요한 만큼 잡아당기는 늘어진 고무줄 같았다. 여론조사기관이 어떤 정치적 성향이냐에 따라 조사결과가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사안인데도 여론조사기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차가 난다면 여론조사방식이 공정하지 않거나, 편향된 표본을 추출하거나, 민의를 왜곡한다는 것 아닌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완전히 무너졌다. 언제부턴가 국민은 정부의 정책이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 특히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심각하다. 모든 사람에게 법이 공정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언론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했다. 권력 감시와 비판을 통해 사회의 투명성을 지키려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다. 특정 언론의 정파적. 편파적 보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젠 모든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한다. 그 때문에 국민은 유튜브로만 몰려든다.
이념과 가치관의 충돌로 세상은 혼탁하고, 법과 정의의 잣대가 구부러진 사회는 짙은 안개 속에 갇힌 듯하다. 냉혹한 국제정세는 더욱 위중해지고, 서해 넘어 중국은 한국을 속국화 시키기 위해 온갖 수작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도 내부총질에만 여념이 없는 이 나라가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철우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