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직 해병 채상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현 소장)이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에게 "국방부 장관이 혐의자 8명을 2명으로 줄이라"고 수사 외압을 행사한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법조계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채상병특검팀은 최근 박 전 보좌관이 2023년 8월 채상병 사망 사건을 재검토하던 국방부 조사본부 장교 A씨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에 담긴 박 전 군사보좌관과 A씨와의 대화는 국방부조사본부가 해당 중간보고서를 만들어 국방부에 보낸 8월 14일 전후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에서 박 전 보좌관은 "상부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고, 상대가 "장관 지시냐"고 되물었다.

이에 박 전 보좍관이 "장관 지시 맞다. 6명으로 했는데 2명만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발언하는 등 구체적인 혐의자 수까지 언급하면서 혐의자를 축소해달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2023년 7월,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경찰에 이첩했지만, 사건은 같은 날 군 검찰에 의해 회수돼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후 사건을 재검토해 같은 해 8월 21일 경북경찰청에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재이첩했다.

박 전 보좌관은 이에 앞서 채상병 사건 초동수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를 줄이라는 지침을 준 인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만간 박 전 보좌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말 소장으로 진급, 현재 육군 제56사단장으로 재직 중다.

이에 대해 이종섭 전 장관 측은 "혐의자를 2명만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재검토를 지시할 당시 국방부 검찰단 등 의견도 들으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군사보좌관이 조사본부에 언급했다는 녹취 내용은,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 의견이 타당하다는 장관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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