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기반 붕괴 진단에 조세 형평성 복원 카드… 구윤철 "응능부담 원칙 따라 검토"
금투세 무산에 거래세만 인하… 대주주 양도세 기준도 원점 재조정 가능성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시기의 ‘부자감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원상복구하는 첫 세제개편에 나선다. 

응능부담 원칙에 따른 조세 형평성과 무너진 세수 기반 회복이 핵심 배경이다. 법인세 인상과 증권거래세 환원,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등이 일괄적으로 추진되며,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를 원점에서 뒤집는 방향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발표할 ‘2026년도 세법개정안’에 법인세율 인상과 주식시장 세제 정상화, 과세 사각지대 정비 등을 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감세가 반드시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세수 기반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법인세는 2022년 25%에서 24%로 인하됐던 최고세율이 다시 25%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기업 투자 유인을 명분으로 한 감세였지만, 이후 경기둔화와 맞물려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0조원에서 2023년 60조원으로 40% 급감했다. 

정부는 세율 인상으로 조세 형평성을 복원하고 재정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식시장 세제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은 윤석열 정부 당시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됐으나, 다시 10억원 수준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고액 자산가에게 돌아간 감세 혜택을 거둬들이고, 연말 ‘매물 폭탄’ 등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증권거래세율도 인상 가능성이 크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낮춰왔지만, 금투세는 유예 끝에 폐지된 반면 거래세 인하만 유지되면서 과세 체계가 불균형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는 거래세 본세율이 0%까지 떨어져 농어촌특별세(0.15%)만 부과되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부 세율을 환원해 조세 형평성과 세수 중립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증권세 손질은 배당소득 과세 개편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15.4%)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감액배당’처럼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돼온 영역에는 과세를 신설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감액배당은 일반배당과 경제적 실질이 다르지 않다”며 과세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 민감한 세목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세제는 6·27 대출규제 이후 안정을 찾아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고,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법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조정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현 60%) 손질 카드가 남아 있다.

정부는 조만간 대통령실과 협의해 개편안의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및 증권거래세 인상 등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방침이어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조세 정상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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