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3500억달러 투자 조건으로 관세 15% 합의… 농축산물 개방은 무산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들고가 美 설득… “농업 민감성 이해시켰다”
“자동차 관세 10%p 인하… 최혜국 대우도 확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협상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였다”고 밝혔다.

한미 무역 협상 한국 측 수석대표인 구 부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마스가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와 유지보수(MRO)를 포괄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며 “사실상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능력을 가진 우리 조선업이 미국 조선업의 부흥을 이끌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조선업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신속히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구매 협력에 합의했다. 

이 중 마스가 프로젝트가 1500억달러, 전략 산업 분야 금융 지원이 2000억달러를 차지한다. 

자동차 등 품목에 적용되던 미국의 수입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며, 향후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국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완화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한국 협상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의 과채류 검역 절차에 대해 질문할 정도로 관심이 있었지만, 미국 측은 한국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광화문 시위 사진을 협상장에서 꺼내 설득에 나섰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이번 합의는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킬 것은 지켜낸 결과”라며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일본(5500억달러)에 비해 36% 수준의 투자로 협상을 마무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철강 분야에서는 EU가 미국과 합의한 무관세 쿼터를 얻지는 못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철강 규제 의지가 강해 더 이상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1000억달러 규모의 LNG 구매 확대 방안도 협의에 포함됐다. 구 부총리는 “세부 협의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조속한 방미를 요청한 만큼, 성공적인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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