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끝나지 않은 진실추적

은희 씨는 계명대 재학 중 축제에 다녀온 뒤 행적이 불분명해졌다가 23톤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라 판단했지만, 현장 증거는 의문 투성이었다. 딸의 속옷이 현장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속옷에는 정액이 묻어 있었다.
정 씨는 “장기 파열이나 급정거 흔적이 없고, 혈흔도 극히 적어 강간살인의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수사의 부실을 비판했다.
2013년 경찰과 검찰은 DNA 감식을 통해 스리랑카인 노동자 A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증거 부족과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 씨는 이를 ‘진범이 아닌 사람을 끌어들인 엉터리 수사’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2018년에는 스리랑카인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제시한 속옷 사진이 실제와 다르고, 부검 보고서에도 정액 검사 기록이 없었다는 것이다. 딸의 동생도 속옷 크기와 형태가 맞지 않는 점을 확인했다. 스리랑카 법정에서도 A씨가 무죄라고 증언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씨는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공소시효란 없다”고 다짐했다. 성범죄 정황에도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한 데 대해 “수사기관이 유족을 무시했다”고 분노했다.
그의 끈질긴 노력은 2021년 법원 판결로 이어졌다. 법원은 경찰 초동 수사가 부실했다고 인정하고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정 씨는 “당시 경찰은 부검 감정서를 제대로 읽지 않고, ‘교통사고라면 교통사고’라며 윽박 지르고 내가 제출한 자료도 무시했다”고 밝혔다.
27년간 진실을 추적해온 아버지는 이번 책과 탄원서로 재수사와 수사기관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비서실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출했고, 사건은 대구지검으로 이첩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 씨는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