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테라USD’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미국 법정에서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하며 형량 감경에 합의했다.

권씨는 11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전 협의에서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했다.

미국 검찰과의 ‘플리 바겐’(유죄 인정 조건의 형량 협상)에 응하며 적용된 일부 혐의에 대해 최고 25년형 대신 최대 12년형을 받는 조건이 성립됐다. 형기의 절반을 채우면 한국 송환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생겼다.

권씨는 “다른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사기를 벌이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모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검찰은 권씨의 재산 1900만달러(한화 약 265억원)와 일부 추가 자산을 몰수한다. 원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권씨는 최대 130년형을 받을 수 있었으나 합의로 형량은 크게 줄었다.

합의문에는 형기 절반 복역 후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 신청 시 미국 법무부가 이를 지지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는 한국 송환이 성사될 경우 나머지 형기를 국내에서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권씨는 미국 재판과 별도로 한국에서도 기소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 증권사기, 시세조종 공모, 상품사기, 통신망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된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가 추가됐다.

그는 지난 1월 기소인부 절차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번 협상으로 입장을 뒤집었다.

권씨의 선고는 오는 12월 1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