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회담에도 즉각 휴전 합의 불발…공동 발표 후 질문은 회피
외교 수사만 오간 정상회담…우크라 전장 상황은 그대로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관련 미·러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관련 미·러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6년 만에 마주 앉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논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쟁점에도 합의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매우 생산적인 대화였다. 여러 지점에서 합의가 있었다”고 자평하면서도 “완전히 합의하지 못한 몇 가지 큰 것들이 있다. (최종) 합의하기 전까지는 합의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합의하지 못한 게 아주 적게 남아 있다”며 “가장 중요한 하나의 쟁점이 남았지만,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가장 중요한 하나’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 휴전인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작 양측은 회담 내내 휴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 전 알려졌던 핵심 의제가 실종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오늘 우리가 도달한 이해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며 추상적인 입장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이를 건설적으로 인식하고, 막후 음모나 도발로 방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조금 있다가 나토와 적절한 인물들에 전화할 것이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회담 내용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결국은 그들에게 달려 있다”며 종전 논의가 우크라이나 및 미국 내부 주요 인사들과의 조율에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외에 루비오 국무장관, 위트코프 중동특사, 베선트 재무장관, 랫클리프 CIA 국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과의 조율 필요성을 언급했다.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활주로를 함께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활주로를 함께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두 정상은 당초 핵심 참모들이 배석한 3대3 회담에 이어 경제 담당 장관 등이 참여하는 확대 회담을 예고했지만, 확대 회담은 생략됐다. 이후 바로 공동 기자회견이 이어졌고, 기자들은 손을 들고 질문을 시도했지만, 트럼프와 푸틴 모두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났다. ‘휴전 합의 불발’이라는 결과를 의식한 회피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휴전 합의를 이룬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 회담 또는 유럽 정상들이 포함된 다자 정상회의로 확대해 종전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계획의 첫 단계인 휴전 자체조차 실현되지 않았다.

회담 말미, 푸틴 대통령은 “다음 회담은 모스크바에서 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 그건 흥미롭다”며 웃으며 받아쳤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러 정상회담이자, 두 정상이 2019년 일본 오사카 G20 이후 약 6년 만에 마주한 자리였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서방 지도자와 대면한 자리이자, 서방국가를 직접 방문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러 경제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는 무역, 디지털, 첨단기술, 우주 탐사, 북극 협력 등에서 서로에게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서 휴전은커녕 하나의 합의문조차 채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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