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진행한 미.러 정상회담 후 이날 이루지 못한 합의를 매듭짓는 것은 "젤렌스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위한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3시간 가까이 정상회담을 가졌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합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보며 느낀 점은 우크라이나의 배제 가능성 즉, 당사자 없는 종전으로 트럼프가 푸틴과 양자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려 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정작 회담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 이는 국제법과 주권 원칙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우크라이나에 강요된 평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푸틴에게 유리한 ‘거래식 평화’라는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실용주의 외교 성향이 강하며, "땅을 주고 평화를 얻자"는 식의 거래적 접근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러시아가 불법 침공으로 영토를 얻는 전례를 남겨, 국제 질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도 큰 문제이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미국의 민주주의·인권 중심 외교보다는 권위주의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관계에 중점을 둬 왔다. 푸틴과의 종전 협상이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미국의 도덕적 리더 십이 약화가 우려된다. 그리고 또한 서방 동맹과의 긴장도 심화될 것이다. 트럼프는 NATO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부담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왔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종전 회담에서 동맹국들과 협의 없이 푸틴과 직접 타결을 시도할 경우, 서방 연합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불안정한 종전으로 전쟁의 재점화 가능성이 있다. 성급한 종전은 지속가능한 평화보다는 정치적 쇼에 가까울 수 있다. 러시아가 재무장하거나, 전쟁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면, 잠정적 휴전 뒤 다시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크다. 트럼프의 국내 정치 활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종전 회담이 미국 내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된다면, 실제로는 우크라이나나 유럽의 안보보다는 트럼프의 이미지 관리에 중점을 둘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전 2018년 7월 헬싱키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알 수 있었던 것은 푸틴과 트럼프의 ‘빈손 회담’은 성과 없이 종료되었을 뿐 아니라, 회의 자체의 비공개와 불투명성, 자국 정보기관 불신, 외교적 정당성 제공, 그리고 동맹국과의 신뢰 저하 등 여러 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는 회담 자체보다는 그 맥락과 결과 처리 방식이 주요 문제로 지적될 수가 있다. 부디 이번 회담에서는 보여주기식의 맥락이 아닌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위대한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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