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국민의힘 “경제 내란법… 경영권 위협” 반발, 표결 불참
민주당 “소액주주 권익 보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발판”

25일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소위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법안은 재석 182명 중 찬성 180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의무 대상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대주주의 독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고, 일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 7월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법안에 이은 후속 입법이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기업 경영을 제약하고 투기자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제 내란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전날부터 곽규택·조배숙·송석준·주진우 의원 등이 나서 최대 6시간 가까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으나, 민주당이 제출한 종결 동의안이 25일 오전 가결되면서 토론은 종료됐다.

이에 따라 5개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이달 초부터 이어졌던 여야의 필리버스터 정국도 일단락됐다.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은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이며, 국민의힘은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는 본회의 직후에도 공방을 이어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은 내용·태도·절박함이 모두 부족한 '3무 낙제'"라며 "국민의힘의 작태는 국민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경제 파탄의 책임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에 있다"며 "위헌성 검토 후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재계는 거듭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개 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서도 300개 상장사 중 77%가 “법안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개혁입법이라는 입장이다.

오기형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배임죄 완화와 형벌 합리화 논의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며 “총 21명이 103시간 넘게 토론에 임했다”며 “앞으로도 불가피한 경우 무제한토론은 성실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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