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설 측, 캐릭터 더 이상 사용 못 해”
故 이우영 작가 유족에 손해배상 인정

 만화 '검정고무신' 원작자 고(故) 이우영 작가의 아내 이지현씨. 연합뉴스
 만화 '검정고무신' 원작자 고(故) 이우영 작가의 아내 이지현씨. 연합뉴스

만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고(故) 이우영 작가 유족의 손을 들어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캐릭터 사용 권한과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싸고 이어진 이 소송은 1심에서 유족이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8일 형설퍼블리싱 장진혁 대표와 캐릭터 사업을 담당했던 계열사 형설앤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하고, 유족이 제기한 맞소송에서는 “장 대표와 형설앤이 공동으로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포함된 창작물 등을 더 이상 생산·판매·반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1심에서 유족이 출판사 측에 7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던 판결은 사실상 무효가 됐고, 유족은 민사적으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이번 소송은 원작자인 이우영 작가가 2008년 장 대표, 형설앤과 세 차례에 걸쳐 체결한 캐릭터 사업 계약에서 비롯됐다. 특히 쟁점이 된 것은 세 번째 계약이었다. 앞선 계약들과 달리 계약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고, ‘원저작물 및 파생된 모든 이차적 사업권’이 포함돼 있었다. 유족 측은 이 계약으로 인해 오히려 원작자인 이 작가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활용한 창작 활동조차 제약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출판사 측은 2019년, 이 작가가 별도 동의 없이 검정고무신 관련 작품을 제작했다며 2억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이에 맞서 이 작가도 반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이 작가는 2023년 3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후 소송은 유족이 이어받았다. 이번 판결은 고인에 대한 법적·상징적 복권으로 평가된다.

문화예술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창작자 권리 보호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해 왔다. 이 작가의 죽음 이후 1만7000명의 창작자가 ‘불공정 계약 무효’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도 형설퍼블리싱에 대해 불공정 계약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형설 측은 이를 사실상 무시하고, 벌금 250만원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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