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위, 해지 위약금 전액 면제·결합상품 50% 환급 권고
SKT “법적 파급 고려해 수용 불가”…피해자 반발 커져
시민단체 “제도 개선 시급…집단소송·징벌배상 도입해야”

한 시민이 SKT 직영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SKT 직영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의 위약금 면제 연장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시민단체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연간 수천억원대 보상안을 발표했던 SKT는 이번 권고 수용 시 유사 소송 및 집단 분쟁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시민사회는 이를 "전 국민과의 소송전 예고"라며 규탄했다.

◇SKT “법리적 검토 끝에 불수용 결정”

조정위는 지난달 21일, SKT 해킹 피해 보상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이동통신 해지 위약금 전액 면제 △결합상품 해지 위약금(할인반환금) 50% 부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직권 조정을 결정했다. SKT가 7월 14일까지로 정한 위약금 면제 기한을 지나 해지한 소비자들이 조정을 신청하면서다.

조정위는 “계약 해지권은 법률상 소멸 사유가 없는 한 기간 제한이 불가능하며, 10일간의 면제 기간은 지나치게 짧고 문자 고지만으로는 충분한 안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SKT는 14일간의 회신 기한이었던 9월 3일까지 별도의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으며 조정을 사실상 거부했다.

SKT는 “조정위 결정의 법적·재무적 영향과 유사 분쟁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수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금과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 대리점 손실보전금 2500억원 등을 집행하고 있으며 추가 위약금 면제는 어렵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참여연대 “후안무치한 태도… 정부, 제도 개선 시급”

이에 참여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SKT는 전 국민을 상대로 끝장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심산”이라며 “무거운 책임을 외면한 후안무치한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를 향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과징금 상한을 매출의 4% 이상으로 상향하고, 감경 기준을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T도 조정 불수용… “사전예약 취소 분쟁, 책임 못 져”

한편 KT도 조정위 권고를 거부했다. KT는 지난 1월 갤럭시S25 사전예약 과정에서 ‘선착순 1000명 한정’ 조건을 고지하지 않고 사은품 제공을 약속한 뒤, 초과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사건과 관련해 동일 혜택 제공 권고를 받았으나 수용하지 않았다. KT는 “일반 예약자와의 형평 등을 감안해 불수용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안 사고 조사 촉구도 이어져… 서울YMCA “정부가 나서야”

서울YMCA는 이날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해킹 정황이 제기된 만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자진신고 없이는 현장 조사가 불가능한 현행 법 체계의 맹점을 고려해, 당국이 신속히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보안 전문지 ‘프랙’은 최근 북한 또는 중국 배후 해킹 조직이 국내 정부기관 및 통신사를 공격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으며,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은 2일 전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확한 사실 파악을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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