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제안에 여야 대표 첫 악수…정국 해빙 신호탄 될까
장동혁 “마늘·쑥 먹고 기다려”…정청래 “하모니 메이커 감사”
李대통령, 단독 회동서 “야당도 국가 책임 주체”…협치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8일 마주 앉은 오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이 대통령은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회동은 이날 정오, 서울 용산 대통령실 10층 연찬장에서 약 80분간 이어졌다. 정 대표 취임 37일, 장 대표 선출 13일 만이자,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난 것은 지난 6월 22일 이후 78일 만이다.

정 대표는 그간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이날도 먼저 손을 내민 건 장 대표였고, 정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여야 대표 간 첫 악수가 성사됐다. 장 대표는 “정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직 100일이 안 됐다”며 단군신화를 빗댄 농담으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오찬 자리엔 각 당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식탁에는 비빔밥과 배추된장국, 소고기 양념구이, 생선 요리 등 화합을 상징하는 메뉴들이 올라왔다.

드레스코드에도 눈길이 쏠렸다. 이 대통령은 빨강, 파랑, 흰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강 비서실장은 붉은색 계열 넥타이를 착용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파란색, 국민의힘 인사들은 빨간색 넥타이를 매 각 당의 상징색을 드러냈다.

회동 내내 대화는 비교적 부드럽게 이어졌다. 장 대표가 먼저 발언을 시작했고, 이 대통령은 정 대표를 향해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고,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발언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반론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다시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런 게 협치의 모습”이라며 “여당과 한 번 대화할 때 야당과는 두 번, 세 번 더 대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오늘은 대통령께서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되신 것 같다”며 “장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 세워지지 않았듯, 내란과 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이 필요하다”며 뼈 있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오찬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와 별도로 30분간 단독 회동을 가졌다.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 간 단독 면담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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