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9일 가자 시 전역에 ‘즉각 대피’ 전단 살포
하마스 거점 제거 위한 작전 준비… 고층건물 잇따라 폭격
유엔·적십자 “대피 현실적 불가능… 인도적 재앙 우려”

이스라엘군이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 시 전역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인구 1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에 대한 사실상의 ‘총공세’ 예고로, 현지 주민들은 또다시 삶의 터전을 떠날 준비를 강요받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오전, 가자 시 전 지역 주민들에게 “즉시 남쪽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하라”는 경고를 발령했다. 문자 메시지, 전단, 방송 등을 통해 전달된 이 경고에는, 일정 시간 내에 철수하지 않을 경우 “작전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위협도 포함됐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가자 시는 여전히 하마스의 지휘·통제 중심지이며, 해당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작전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작전을 “하마스를 완전히 분쇄하기 위한 결정적 단계”로 규정했다. 그는 “하마스의 마지막 군사·행정 거점이 가자 시 안에 남아 있다”며 “이를 제거하지 않고는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전날부터 가자 시 내 주요 건물 30여 채가 폭격으로 파괴됐다고 밝혔고, 네타냐후는 “지금까지 ‘테러 타워’ 50곳이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의 인구는 수십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인도주의 기반시설은 이미 붕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역시 “남부에 마련된 인도주의 구역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전기·식수·의료 인프라 모두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현지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이미 두세 차례 대피를 반복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6만452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하마스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민간인과 군인을 포함한 수백 명을 살해하고, 200명 이상을 인질로 잡아간 바 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 전역에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했으며, 현재까지도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대피령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또는 인질 석방 논의가 물밑에서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발표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군사적 압박이 협상 자체의 동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전후 가자 통치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선택이 외교적 해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