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이 초광역 협력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지난달 출범한 대구·경북 공동협력 TF를 중심으로, 양 시도는 3대 분야 18개 과제를 도출해 첫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지역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이번 논의는 명실상부한 민·관 협력의 첫걸음이자, 지방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가 되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양 시도가 단순한 지역 연대를 넘어, 명확한 비전과 실행 전략을 바탕으로 긴밀히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하늘과 바다, 철도와 도로가 이어지는 글로벌 게이트웨이’, ‘대구·경북 듀얼 산업벨트’ ‘생태·역사·한류를 잇는 관광클러스터’ 등은 구호를 넘어 실현 가능한 구조를 담고 있다. 각 분야에서 마련된 과제들은 교통·산업·문화라는 핵심 축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영일만항, 대순환철도망 등 초광역 SOC 인프라는 수도권 중심의 기존 교통·물류망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반도체, 방산, 바이오 등 미래전략산업에서 양 지역이 가진 기술력과 산업 기반을 접목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벨트 구축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관광 분야 역시 낙동강, 백두대간, 역사문화유산을 연결하는 콘텐츠는 세계 어느 지역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지역 간 행정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도권 일극 중심의 발전 전략에 대한 한계를 국가도 인정한 만큼,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성장 전략이 더욱 절실해진 시점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극 3특’ 체제는 결국 각 권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의 이번 움직임은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형식적인 협약이 아니라, 실제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하겠다는 실천 의지다. 양 시도는 필요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협력을 넘어, 실질적인 통합 행정과 공동운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진일보한 발상이다.

물론, 과제가 많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공감과 참여가 필요하다. 정책은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전문가 토론, 시민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양 시도의 노력이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집행력을 갖춘 정책과 체계적인 추진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이며, 지리적으로도 긴밀히 연결된 운명 공동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정 체계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초광역협력 체계 구축은, 단순히 새로운 구조를 만들겠다는 차원을 넘어, 지역의 자존과 미래를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이번 공동협력 TF 출범과 과제 발표는 그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셈이다. 대구·경북이 힘을 합쳐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며, 정부 역시 이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과 제도 정비로 적극 화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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