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천 서희힐스아파트 관리소장님께서 선종하셨다는 문자였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분은 힌남노 태풍 때 큰 피해를 입은 서희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많은 역할을 하셨고, 뒤따르는 경찰조사의 압박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가족들의 불편함도 컸었다. 아직 63세의 나이로 본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한번 편안한 영면을 기원드린다. 관리소장님은 매년 9월 6일이면 악몽에 시달리셨다. 왜 하필 이때… 비보를 접하고 나서 본 의원은 2022년 9월 6일 힌남노를 회고해 본다.
어느 지역이든 지구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자연재해와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매년 반복적으로 찾아와 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손실을 남기는 것이 바로 ‘태풍’이다. 우리나라의 기상 관측은 1883년 인천 해관(세관)에서 시작되었으며, 1904년 부산·목포·인천·원산 등에 측후소가 설치되면서 본격화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수많은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으며, 기록적인 피해를 남긴 사례로는 1959년 ‘사라’(사망·실종 1,055명), 2002년 ‘루사’(246명), 2003년 ‘매미’(132명) 등을 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2022년 1,500여명 사망자를 낸 파키스탄 대홍수와 2023년 최소 1만명이상 사망자를 낸 리비아 대홍수가 있다.
대부분의 태풍은 필리핀이나 괌 부근 해역에서 발생해 남해안을 거쳐 내륙을 관통한 뒤 동해로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경로를 보인다. 그러나 2022년 9월 포항시 남구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달랐다. 9월 6일 새벽까지 포항시 남구 상공에 머물며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시각 해수면이 평소보다 1.4m가량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냉천의 유수가 영일만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막히면서, 유래 없는 범람이 발생했다. 과거 더 강력한 태풍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냉천이 이날에는 순식간에 넘쳐 포항에도 9분의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변을 당했다. 만약 지하 주차장에 일정 높이 이상의 공간이 확보되었다면, 혹은 전기시설 침수에도 조명이 유지될 수 있는 비상 발전 설비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건축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에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많은 관심이 방사선 피해와 오염수 문제에 집중되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 설비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었다. 도쿄전력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원전을 낮은 위치에 건립하고 1~3차 전기 방어 시스템을 모두 지하에 설치했다. 결국 지진과 쓰나미로 해수가 유입되면서 모든 전력 장치가 동시에 마비되었고, 냉각장치 불능으로 원전 폭발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이는 시설 설계 단계에서의 안전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시 ‘힌남노’ 당시로 돌아가면, 포항 오천읍사무소에 한 어르신이 찾아와 “해병로 347번길 맞은편 냉천 제방이 일부 잘려 있어 위험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읍사무소는 즉시 장비를 투입해 그 틈을 막았고, 덕분에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현지 주민의 경험과 고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본의원 또한 오천 주민들과 함께 1년여 동안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돕는 주민들의 모습은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지하 주차장 침수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오히려 구호품을 나르며 서로를 돕는 모습은 잊을 수 없다. 또한 젊은 해병대원들의 활약은 구조와 복구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다. 덧붙여 재해 복구에 봉사하신 해병대원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신 가득한떡시루, 발사랑, 하이테크, 천봉(주) 대표님께 감사함을 전해드린다.
다만 복구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외지에서 지원 온 대형 양수기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운송업자와 장비 운영자가 달라 장비만 내려놓고 떠나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로 인해 추가 장비를 동원해 옮겨야 했고 복구가 지연되기도 했다. 반대로 울릉군에서 지원한 소형 제설 장비는 신속하게 가동돼 주민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 인연으로 서희힐스아파트와 울릉도와 자매결연도 맺고 많은 교류를 하게 되었다.
오늘날 기상 예보는 과거보다 정확해졌지만, 태풍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와 의외성을 지닌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평소 배수로 점검과 하상 정비를 철저히 하고, 재난 발생 시 주민 참여형 신속한 조사와 복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는 자동 경보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구조 개선을 포함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정치권 또한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태풍의 계절인 9월이 시작되었다. 가을 태풍의 특징은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이다. 특히 남쪽에서 유입되는 수증기가 한반도에 자리한 정체전선과 결합하면 단기간 많은 비가 쏟아진다.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기후만은 우리 편이 되어 농촌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사업장은 평화롭게 돌아가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도 희망이 깃드는 활기차고 평온한 9월과 10월이 되기를 기원한다. 활기찬 포항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마음을 모아가길 바란다.
임주희 시의원(포항시 오천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