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 명 앞 질의응답 중 단발 저격… 정치적 동기 가능성
트럼프 “순교자” 추모, 바이든·오바마 등도 폭력 규탄
보수는 ‘정치 테러’ 지적, 진보는 ‘분열적 언사 책임’ 강조

총격 당한 우익단체 창립자 찰리 커크. AFP 연합뉴스
총격 당한 우익단체 창립자 찰리 커크.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인 찰리 커크(31)가 10일(현지시간) 유타주에서 열린 강연 도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단 한 발의 총성이 울린 직후, 커크는 목을 맞고 쓰러졌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건은 유타 밸리 대학교(UVU)에서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강연 중 발생했다.

커크는 한 청중으로부터 “지난 10년간 트랜스젠더 총격범이 몇 명이냐”는 질문을 받고 답하던 중이었고, 이어 “전체 총기 난사범 수는 몇이냐”는 질문에 “갱단 폭력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 직후 총격이 일어났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일부는 당시 상황을 촬영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경찰은 약 180미터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조준 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FBI가 관련 인물 1명을 조사했지만, 현재는 석방된 상태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정치적 암살이 분명하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순교자”라며 오는 14일까지 연방 기관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도 일제히 애도와 함께 정치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커크는 18세에 ‘터닝포인트 USA’를 공동 창립한 이후 트럼프 진영을 대표하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해왔다. 행사 전에는 그의 강연을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됐지만, 대학 측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양 진영의 반응은 같은 우려 속에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보수 진영은 이번 사건을 “급진 좌파에 의한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던 인물이 희생됐다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 인사들 사이에선 “전쟁 행위”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보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폭력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커크가 이끌었던 분열적 언사와 ‘문화 전쟁’ 양상이 결국 이런 극단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상대를 악마화하는 언어와 정치 문화가 문제의 뿌리”라며, 정치 폭력의 반복을 막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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