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이 철통 보안 속에 완벽한 경호 체계를 구축한다.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 일대는 사실상 ‘진공 상태’로 전환된다.
핵심 행사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만찬 장소인 국립경주박물관 주변에는 경찰특공대, 기동순찰대, 형사기동대 등 총 1만8500여 명의 경력이 배치된다. 드론 방해 장치, 장갑차, 헬기 등 첨단 대테러 장비도 동시에 투입된다. 국제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각오다.
영화 속 비밀 작전처럼, 이번 APEC 경호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치밀한 준비 속에 진행된다. 할리우드 영화 속 대통령 의전을 위협하는 테러 장면들이 긴장감을 자아내듯, 경주 APEC은 철저한 대비와 현실적인 경호 체계로 그 어떤 돌발 상황도 허용치 않으며 국제사회에 안정과 신뢰를 증명한다.
영화 ‘쉬리’ ‘에어포스 원’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보여준 극적 긴장을 떠올리게 한다. 경주의 철통 보안은 그보다 더 세밀하고 안전한 현실 버전으로, 국제무대에서 도시의 위상과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첩보 영화가 보여주는 허구의 테러와 달리, 경주 APEC은 영화보다 더 정교한 보안 체계로 정상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치안 역량과 경주의 국제적 신뢰를 세계에 각인시킨다.
정상회의 당일에는 대규모 인력에 드론 무력화를 위한 전파교란 장치, 경찰특공대 장갑차, 헬기 등 지상과 공중에서 활용할 대테러 장비도 보문관광단지 등에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3월 APEC 기획단을 정식 발족하고 전국 각지에서 차출된 기동순찰대, 특공대, 형사기동대의 숙소를 마련했다. 경주 현장에는 지휘본부를 설치해 준비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지난 8~9일에는 593명의 모터케이드 요원과 190여 대의 순찰차를 동원해 기동 경호 훈련까지 마쳤다. 경호 작전은 도로, 하늘, 수중을 망라하며 현실판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해경은 APEC 행사 개막 전 정상회의장 및 각국 정상 숙소가 있는 보문관광단지 내 호숫물을 70%가량 빼낸 뒤 안전검측을 실시한다. 이후 다시 물을 채우고 경비정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례 역시 보안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2024년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에서는 회의장 주변을 완전히 통제하고 드론과 위협물 탐지 장비를 총동원했다. 최근 캐나다 G7 정상회의 또한 수천 명의 경력과 첨단 장비가 투입돼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회의가 끝났다. 국제 행사는 언제나 ‘철통 보안’과 동의어일 수밖에 없다.
이번 APEC은 국제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경주라는 도시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천 년의 역사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한 운영 전략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숙박업소와 상권, 교통망은 행사 일정에 맞춰 조정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안전도 함께 관리된다. 경찰과 군, 해경이 합동으로 준비하는 대테러 작전은 과거 영화 속 상상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하다.
역사적 맥락 또한 흥미롭다. 경주는 약 천 년간 신라 왕경으로 번성하며 단 한 번도 수도를 옮기지 않은 도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구조는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에 최적이었다. 이 천연 요새의 지형은 오늘날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동쪽의 토함산, 남쪽의 남산, 서쪽의 선도산, 북쪽의 금강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도심을 흐르는 남천·북천·서천은 홍수 방어와 함께 궁궐을 지켜낸 자연 해자 역할을 했다.
현대에 들어 이러한 지형은 보안과 결합해 ‘요새 속의 요새’를 만들어낸다. 보문관광단지 내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숙소, 만찬 장소가 보문호를 중심으로 배치돼 있어, 단 한 개의 도로만 통제해도 외부 차량 진입을 일시에 차단할 수 있다. 역사적 지형과 현대적 시설이 결합해 완벽한 경호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경주는 천혜의 요새이자 역사적 유산, 현대적 편의 시설, 전략적 요충지가 결합된 도시다. 신라 왕경의 천 년 역사가 오늘날 국제 정상들의 안전과 보안 속에서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스크린 속에서만 보았던 첩보 영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경주에서 세계적 보안의 현장을 직접 목도하게 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통상적인 외교 무대가 아니다. 역사와 지형, 그리고 최첨단 보안 기술이 맞물린 경주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장이다. 철통 같은 경호와 무결점 운영은 경주를 다시 한 번 국제 무대 중심에 세울 것이다. 그리고 이 성공은 한국의 안보 역량과 경주의 품격을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새기며, 미래의 더 큰 국제 행사를 향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