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빠루·관저·이해충돌까지 끌어와 정면 충돌… 국민의힘은 집단 퇴장
무기명 표결 앞두고 감정 폭발… “이런 인간이 간사?”에 회의장 고성 난무
“사모님 뭐 하시나” 질문에 “돌아가셨어요”… 싸늘해진 공기 속 곽규택 사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두고 사실상 난장판에 가까운 대치를 벌였다. 고성과 반말, 삿대질, 실언과 사과가 반복되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결국 국민의힘이 퇴장한 뒤 여당 단독으로 표결이 이뤄졌다.
회의는 시작부터 거센 말싸움으로 얼룩졌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나 의원을 향해 “징역 2년 구형받은 사람이 무슨 간사냐.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어도 모자랄 일”이라고 직격하자,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야, 이리 와봐. 그날 어디 있었냐”고 소리쳤다.
최 의원도 “누가 야야? 당신이 오세요”라고 맞받으며 회의장은 순식간에 고성으로 가득 찼다. 법사위원장 추미애 의원이 수차례 제지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분위기는 곧장 ‘배우자’ 발언으로 격화됐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남편이 법원장인데, 아내가 법사위 간사를 하면 되겠느냐”고 하자, 곽 의원은 “박 의원님, 사모님은 뭐 하시나”라고 되받았다. 박 의원이 “돌아가셨어요”라고 답하자 회의장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이내 “무례하다”, “고인 모독이다”, “인간 좀 돼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추 위원장은 “윤리위 제소감”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곽 의원은 박 의원 자리로 다가가 “정말 몰랐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이미 회의장 공기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해충돌’을 빌미로 야당 간사 선임까지 가로막는다”며 “헌정사에 유례없는 의회 폭거”라고 반발했고, 민주당은 “내란 수사 대상이 간사를 맡는 건 부적절하다”며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회의장에는 무기명 투표용 기표소가 설치됐고,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 10명만 참여한 표결 끝에 나 의원의 간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일제히 회의장을 떠났다.
여야는 나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쟁점으로 끌어올리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과거 나 의원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에게 했다고 알려진 “초선은 가만 있어라”는 발언을 부적절한 언행으로 지적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저 방문, 내란 옹호 의혹, 이른바 ‘빠루’ 논란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회의는 결국 간사 자격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정치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회의 말미, 추 위원장은 “국회법 절차에 따른 표결이었다”고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야당 간사 없는 법사위는 독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