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엡스타인 함께 웃는 사진 등 밤하늘에 투사
성범죄 피해자 얼굴·편지 이미지까지…“정치적 고발 행위”
퍼포먼스 참가자 4명 체포…백악관 “편지 진위 확인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하루 앞둔 15일 밤(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동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미지가 투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나란히 웃고 있는 사진을 비롯해, 최근 미 하원이 공개한 생일 편지 이미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 얼굴, 수사기록 일부가 밤하늘을 배경으로 비춰졌다.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이 퍼포먼스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환기하기 위한 고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퍼포먼스의 상징성과 수위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트럼프가 엡스타인에게 보냈다는 생일 편지였다. 편지에는 “Pal(친애하는 친구)”, “당신의 매일이 또 하나의 멋진 비밀이 되길(May every day be another wonderful secret)”이라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를 암시하는 이 표현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백악관은 편지의 진위를 부인했으며, 대통령 역시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부정해왔다.
퍼포먼스를 벌인 4명은 현장에서 템스밸리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악의적 의사전달(malicious communications)’ 혐의를 적용했으며,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는 16일 찰스 3세 국왕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3박 4일간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며, 윈저성은 그 첫 방문지였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한 시위를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유럽은 인권과 도덕성 문제에 민감한 여론이 강한 만큼, 엡스타인과의 인연은 트럼프의 이미지에 다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은 “더 이상 관계 없다”고 해명해왔지만, 대형 성벽에 비친 이미지들은 그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