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장관은 "연간 수수료" 발표했지만 백악관 "일회성"으로 정정
테크기업 긴급 복귀 조치 쏟아진 뒤 혼란 수습 나선 정부
"외국 인재 유치 저해" 정치권·업계 비판도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1B 비자 신규 신청자에게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이 기존 소지자와 갱신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이번 수수료는 오직 미국 밖에서 새로 H-1B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며 “현재 비자를 소지한 이들이 출국 후 재입국하는 경우나, 기존 비자의 갱신 과정에는 부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신청 시점에서 한 번만 내는 일회성(one-time) 수수료”라고 강조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1000달러(약 140만원) 수준이던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달러로 100배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수수료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21일 0시 1분부터 적용되며, 1년간 유효하지만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이 수수료가 ‘연간 비용’이라고 밝혔지만, 백악관은 하루 만에 이를 정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연례 비용이 아닌 단발성 비용”이라고 못박으며, "기존 해외 체류자의 재입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H-1B 비자는 미국 내 기업들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외국인 전문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로, 연간 8만5000건까지만 추첨을 통해 발급된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이후 연장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전체 비자의 약 65%가 IT 직종에서 활용됐고, 이 중 다수를 인도 출신 고급 인력이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도가 미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고 보고, 수수료 인상이 ‘H-1B 제도의 악용을 막고 임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일부 기업들이 미국인 직원 수천 명을 해고한 뒤 H-1B 비자 노동자로 대체했다”며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테크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아마존 등은 자사 직원들에게 “21일 이전까지 미국으로 복귀하고 당분간 해외 출장은 피하라”고 긴급 공지했다. 일부 대형 로펌과 이민 변호사들은 “하루 전 공지로 절차 전반에 총체적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우려를 나타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은 “해당 조치는 미국의 인재 유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경제 단체를 분노케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포고문은 국토안보부 장관이 신규 신청자에게 수수료 납부 없이는 비자 승인을 제한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사례에 대해선 예외를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