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시추 실패에도 잠재성 주목
해외 기업들 잇달아 투자 입찰
2차시추 재원 등 확보 ‘파란불’
정부도 사업 지속 용인 분위기

동해 심해 ‘대왕고래’유망구조에서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 한국석유공사 제공
동해 심해 ‘대왕고래’유망구조에서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 한국석유공사 제공

'대왕고래' 첫 시추 불발로 사업 동력이 급속히 꺼져 가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해외 투자자들의 잇단 입찰로 다시 동력을 얻는 분위기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시추부터 사업에 참여할 국제 입찰 절차를 지난 19일 마감한 결과 복수의 외국계 석유회사가 사업 참여 희망 의사를 밝혔다.

복수의 해외 석유사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다시 동력을 얻을지 주목된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 3월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울릉분지 내 4개 해저광구(8NE, 8/6-1W, 6-1E, 6-1S) 약 2만58㎢에 대한 석유·가스 개발 사업을 추진할 업체를 국내외에서 모집했다.

그 결과 해외 업체 2곳 이상이 이번 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며 입찰 제안서를 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응찰한 곳이 없다.

해외 업체 주요 모집 요건은 심해 일산량 하루 10만 배럴 이상의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최근 3년 이내 석유공사와 직접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한 업체 등이다. 사업 참여 업체는 최대 49%까지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투자유치 자문사(S&P Global)를 통한 입찰 평가 및 입찰 제안서를 검토해 적합한 투자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석유공사 입찰 참여사 간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입찰 참여 업체 수와 명단 등 구체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명 '대왕고래'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포항 동쪽 해상인 동해 8광구와 6-1광구 일대의 유망구조에서 가스·석유를 찾는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에 관심을 가지며 시작된 사업으로, 지난 2023년 말 정부는 미국 자문사 액트지오에 의뢰해 석유 환산 기준으로 대왕고래 일대 해저에 최소 35억배럴, 최대 140억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다.

이어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가 성공할 경우 2035년에는 석유와 가스를 생산해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공개했다.

유공사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47일간 1차 시추를 진행했지만 경제성 있는 가스전을 개발할 정도로 유의미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석유공사는 이날 “(대왕고래) 정밀 분석 결과 사암층과 덮개암 및 공극률 등에 있어선 대체로 양호한 지하구조 물성을 확인했지만, 회수할 수 있는 가스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향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인 탐사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첫 시추 이전 정부와 석유공사가 시추 성공확률 20%를 고려해 향후 5번의 탐사 시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던 만큼 2차 탐사 시추를 위해 지난 3월부터 해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찰 공고를 내고 투자자를 모집해 왔다.

해외 투자자 유치 성공으로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이어갈 계기를 마련했다.

석유공사는 "그간의 탐사와 시추로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투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공동 조광권자와 함께 새로운 사업계획을 마련하겠다"며 "우리나라 자원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 사업에 부정적이던 정부·여당도 별도의 정부 재정 투입 없이 석유공사가 자체 재원과 해외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2차 시추를 이어가는 것은 일단 용인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일본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경쟁적으로 석유·가스 등 자원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국제 입찰을 현 단계에서 중단시키는 것은 한국의 사업 신뢰도 저하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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