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비쟁점 가리지 않고 전면 필리버스터 선언
민주당 “국회 마비 자초”… 쟁점 4건만 우선 상정 방침
조희대 청문회·정부조직법 강행 처리에 반발 격화
28일 서울 도심서 ‘사법 장악 규탄’ 장외투쟁도 예고

국민의힘이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서기로 했다.
그간 일부 쟁점 법안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필리버스터를 비쟁점 법안까지 확대하는 강경 대응으로, 입법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처리 방침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민주당이 기어이 25일 본회의를 열어 졸속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다”며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리버스터에 대비해 일정을 조정하고, 이날 이후 해외 일정은 전면 금지된다”고도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야당이 목소리를 높여도 여당이 전혀 듣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필리버스터라는 의견이 당내에 많다”고 설명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료를 요구하고, 24시간 뒤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종료된다. 민주당이 상정하려는 법안은 총 69건으로, 국민의힘이 전부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본회의는 최장 69일간 지연될 수 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감안해 정부조직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상임위 정수 규칙 등 쟁점 4개 법안만 우선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이 전례 없는 전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낸 데는 여당의 일방적인 입법 강행 외에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긴급 청문회 안건이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처리된 데 대한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밀어붙였다”며 “민주당의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민주당이 추진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개정안에는 환경부에 에너지 기능을 통합한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 검찰청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 굵직한 내용이 담겨 있다. 송 원내대표는 “이처럼 중대한 개편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배임죄 폐지에 대해서도 “상법상 특별배임 논의는 가능하지만,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곤란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사건 재판과 맞물려 있어 대통령 면책을 위한 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내 투쟁뿐 아니라 장외투쟁도 병행한다. 오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사법 장악 규탄’ 장외 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이는 장동혁 대표 체제 이후 두 번째 대규모 거리 집회다. 당초 27일 여의도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같은 날 열리는 불꽃축제 일정을 피해 하루 연기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 인선부터 법원 조직 개편, 수사기관 재편까지 사법 장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 집회를 통해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고 강력히 맞서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