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북 초대형 산불로
송이 생산지 절반 넘게 불타
여름 가뭄사태까지 ‘이중고’
수확 급감하면서 생계 위협
농민들 “재난지원금 등 절실”

“송이철이 다가왔는데 수확 준비는 전혀 안 하고 있어요. 나무란 나무는 다 타버렸는데 수확할 송이가 어디 있겠어요. 검게 변한 산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옵니다.”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에서 송이 농사를 짓는 주민 A씨.
수십 년째 송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온 그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해다.
올해 3월 의성에서 시작돼 도내 5개 시군을 초토화한 초대형 산불로, 영덕 지역 송이 농가도 큰 피해를 입었다.
23일 영덕군에 따르면, 이번 경북 산불로 영덕 송이 생산지역 6500㏊ 중 절반이 넘는 61.5%인 4000여㏊가 불에 탔다.
특히 영덕에서도 송이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품면 일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송이 농가들은 “올해 농사는 망쳤다”며 수확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국내 최대 송이 산지인 영덕군은 지난해 15.9t이 거래되며, 전국 물량의 22.3%를 차지했다.
2020년 124t에 달했던 산림조합 송이 공판량은 2021년 108t, 2022년 67t 등으로 줄어들다 2023년에는 165t으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78t으로 다시 급감하는 추세다.
영덕뿐 아니라 산불이 휩쓴 경북 지역 5개 시군도 큰 피해를 입어, 올해 송이 수확 급감이 예상된다.
경북은 연간 송이 생산량이 160t(4316가구) 규모로, 전국 생산량의 63%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영덕, 청송, 안동 등 주요 송이 생산지역의 60% 이상이 전소됐다.
산불이 번진 영덕, 안동, 의성, 청송, 영양 등 5개 시군의 송이 버섯 임가는 2051가구(연간 76t 생산)이며, 이 가운데 1030가구(52t)가 산불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올가을 송이 수확 급감으로 농가들의 생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송이를 기반으로 한 임산업의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송이는 주로 8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채취하며, 누적 강수량이 500~600㎜ 이상 돼야 정상적으로 발육한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채취 시기가 다소 늦어졌고, 경북 지역의 대규모 산불 피해까지 겹치며 송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산림청은 내다봤다.
이에 경북도는 송이 산지의 생산 기반 복구를 위해 영덕에 ‘송이 생물자원 스마트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과 영덕군은 내년부터 4년간 국비 405억 원, 지방비 45억 원 등 총 450억 원을 투입해 영덕군 지품면 일원에 스마트밸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산불 피해지에 송이 대체 작물을 조성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올해 정부 1·2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국비 161억9400만 원 등 총 323억8800만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송이 농가 B씨(영덕군 지품면 삼화2리)는 “송이산이 모두 불탔는데도 특별위로금 외에는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송이는 자연 발생 임산물이 아니라 관수시설 등을 통한 경영활동으로 수확되는 만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