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정신, 불교 설화의 창작곡에서 멘델스존 “종교개혁” 교향곡까지

▲ 대구시향 공연 장면. 대구시향 제공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리는 '제519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종교와 전통,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적 여정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한 무대로 ‘종교개혁’이라는 부제를 내걸고 인간 내면의 고뇌와 구원을 음악으로 탐구한다.

공연의 중심에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5번 '종교개혁'이 자리한다. 전반부에는 유교적 선비정신이 깃든 이호원의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너스레'와 불교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철우의 발레 모음곡 '아사달과 아사녀'가 초연된다. 지휘는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맡고, 소프라노 배혜리가 협연한다. 대구시향은 이번 무대에서 현대 창작 음악과 고전 명곡의 예술적 깊이를 풍부하게 담아내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주회의 문을 여는 작품은 작곡가 이호원이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위해 위촉받아 작곡한 '너스레'다. 작곡가는 이 곡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그 안에 내재한 긴장과 평온, 그리고 인간 존재의 자각과 회복의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작품은 불협화음을 바탕으로 목관과 현악이 얽히며 전개되다가, 전체 오케스트라의 등장과 함께 급격한 전환을 맞는다. 이 흐름은 곡 전반에 반복되며 삶의 다양한 국면을 보여준다.

이 곡을 노래할 소프라노 배혜리는 계명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프로시노네 국립음악원 비엔뇨 오페라과를 실기 최고점으로 졸업했다. 현재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며 계명대학교, 경북예술고등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어서 연주될 곡은 작곡가 이철우의 '아사달과 아사녀'로 불국사 창건 설화에 바탕을 둔 한국적 서사를 발레 모음곡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017년 완성한 제3곡 ‘사랑과 죽음’을 중심으로, 2025년 개작하여 이번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총 세 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 전통 음악의 장단과 선율을 서양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조화롭게 결합해 종교적 경계를 넘어 사랑과 희생, 재회와 구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공연의 후반부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고전적 형식미와 낭만적 감성이 어우러진 대표작, 교향곡 제5번 '종교개혁'이 장식한다. 1830년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 300주년을 기념해 작곡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종교개혁을 주제로 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종교적 신념, 인간의 갈등과 화해, 공동체의 이상 등이 음악으로 응축돼 있다.

공연을 앞두고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사랑, 상실, 깨달음, 그리고 공동체적 이상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다양한 신앙과 문화의 표현 방식이 달라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멘델스존이 그랬듯, 이호원과 이철우 두 작곡가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바라보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과 ‘삶’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무대가 관객 여러분께 사유의 기회를 선물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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