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25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막판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추석 연휴 기간 미국을 긴급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담판에 나섰다.
양국이 3500억달러(한화 약 492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싸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과 만나 협상 문안 명문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11일 첫 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이며 극도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통령실 핵심 일부만 인지하고 있었고 산업부 내부에서도 일정이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장소는 러트닉 장관의 자택이 있는 뉴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한국시간 6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한국의 새로운 제안에 반응해야 가능한 일정이었다”며 “미국은 연휴와 관계없이 협상 일정을 조율해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미는 우리 정부가 최근 제출한 ‘수정 제안안’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지난 7월 협상에서 미국의 한국산 제품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시행하는 방향에 잠정 합의했지만 구체적 이행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전체 투자 중 직접 자금 투입은 5% 수준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증과 대출 형태로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의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 수준의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율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배수진을 친 상태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외교·안보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문제 논의가 진전되면, 대미 투자에 대한 국내 여론의 부담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의 이번 회담은 이달 말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려 의미가 크다.
양국이 절충점을 찾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 대좌 전에 협상 타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세부 내용 공개를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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