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파 논공행상’ 인사에 당내 불만 고조… 공명당, 연정 협의 보류
비자금·정치자금 개혁에 이견 여전… 연정 협상, 접점 못 찾아
아세안·APEC 등 외교 현안 줄줄이 대기… 새 총리 선출 지연 불가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A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AP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이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당내 인사와 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반발을 불러오며 새 총리 선출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을 지명할 임시국회는 당초 15일 소집이 유력했으나,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정 합의가 지연되면서 21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 간 이견과 내부 혼선이 겹치며 정치 공백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자민당 역사상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되며 “국민의 불안을 꿈과 희망으로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출범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취임 직후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부총재로, 그의 처남 스즈키 슌이치를 간사장에 임명하며 '아소파' 중심의 인사를 단행하자 당 안팎에서는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총재 당선을 대가로 요직이 쏠렸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문제는 이 같은 인사 구성과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 보수 노선이 기존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건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공명당은 9일 중앙간사회를 열어 연정 유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같은 날 밤에는 지방 간부들과 의견을 나눈 뒤 재논의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는 10일 다카이치 총재와의 회담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공명당이 문제 삼는 핵심은 자민당의 비자금 사건 대응과 정치자금 개혁 의지다. 최근 아베파 전 회계책임자가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이 파티권 수익 환류를 지시했다는 증언을 했고,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의 전 비서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된 사실도 드러나며 논란이 커졌다.

공명당은 자민당이 기업·단체 후원금 규제에 미온적이라며 확실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 일정보다 시급한 건 외교 현안이다.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총리 교체가 지연되며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에 국토교통상 자리를 제안하며 연정 유지를 시도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자민당으로서는 국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명당의 협조 없이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언론들은 “집권당 총재와 총리가 서로 다른 이례적 상황이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정치 혼란 수습은커녕 혼선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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